오피니언

"고려, 개방성·교류 DNA로 중세 동북아 무역 중심 됐다"

中서 '고려시대 송상 왕래 연구' 출간한 이진한 고려대 교수

문화 꽃 피울 수 있었던 건

中 문화 과감히 수용한 덕

이진한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이진한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고려가 중세에 동북아시아 무역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개방성과 교류 DNA 때문입니다. 가난한 나라였던 고려가 당시 중국으로부터 최신 문물을 들어오려 했던 노력을 우리가 재평가해야 합니다.”

자신의 중국 관련 연구저서를 중국에서 학술서적으로 출간한 이진한(사진)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3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학술서적 출간을 통해 당시 고려의 위상이 재조명되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좋은 책들이 좀 더 많이 중국에 출간되기를 희망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고려대에 따르면 이 교수의 저작 ‘고려시대 송상(宋商)왕래 연구(경인문화사·2011년)’가 최근 중국 장쑤인민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번 저서는 중국 국가 1급 출판사인 장쑤인민출판사가 지난 2019년에 경인문화사와 계약을 맺고 최근 ‘해외중국연구총서’ 중 하나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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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의 저서는 송상(개성상인)의 자유로운 무역과 고려의 개방성을 통해 고려가 동북아 무역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음을 밝혔다. 이 교수는 “고려 초기 해외로 나가는 상인들이 정치세력화하자 고려는 10세기 말 외국으로 나가는 상인을 막고 무역을 중단시키기에 이르렀다”며 “대신 외국 상인들이 들어오는 것은 허용했는데 고려는 이때 당시 선진 국가였던 중국으로부터 문물을 수용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사람들이 고려가 단순히 문화가 융성하고 풍요로운 국가였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자원도 빈약하고 산이 많아 농업도 적합하지 않던 고려는 당시 동북아의 가난한 나라였을 뿐”이라며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고려청자·대장경 같은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점은 미우나 고우나 중국이라는 선진 국가가 가까이 있었고 이 문화를 과감히 수용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려의 개방성이 문화·경제적 성과로 이어진 덕분에 우리 민족 고유의 무역과 교류의 DNA가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었다”며 “이 같은 고려에 대한 연구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학계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된 것이 이번 출간이 가지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장쑤인민출판사는 중국 이외 지역의 학자가 중국과 관련해 연구한 저서를 중국어로 번역, 1988년부터 해외중국연구총서 시리즈를 간행해오고 있다. 시리즈는 지금까지 200종이 출간됐다. 이 시리즈에 포함된 우리나라 학자의 저서는 오금성 서울대 명예교수(동양사학사)의 ‘모순의 공존(명청시대 강서사회 연구)’이 그동안 유일했다. 이 교수의 저서는 한국 학자로는 두 번째, 한국사 연구자로는 처음인 셈이다.

이 교수는 “해외중국연구총서에서 한국인 저서가 단 두 권뿐인 것은 그만큼 중국 학계에서 인용되는 한국 비중이 적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연구성과를 적극 알리려면 번역 등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이 교수의 책은 고려대 한국사학과 박사과정 이정청·대림검 학생이 번역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훌륭한 책이나 논문이 중국어로 더 많이 번역돼 중국은 물론 중화권 학자와 더 많이 공유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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