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불러일으킨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으나 추가 수사를 통해 공모 여부를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지를 받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한 검사장을 비롯한 윤석열 검찰총장 측 검사 사이 내전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강요미수 혐의로 이 전 기자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는 올해 2~3월께 신라젠의 대주주였던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내 가족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혐의를 제보하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기자의 후배 백모(30) 기자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수사팀은 이날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아직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 검사장과 정진웅 부장 간 몸싸움이 발생한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 압수수색에서는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전날 이 전 기자의 노트북을 한 차례 더 포렌식했으나 공모와 관련한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기자 측은 이날 기소된 뒤에 낸 입장문에서 “구속영장 발부 이후에는 새로운 의미 있는 증거가 없었다”고 했다.
다만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한 검사장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함구해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해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며 “추가 수사를 통해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 등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으나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지연되면서 검찰을 사실상 내전 상태로 몰아넣은 갈등의 불씨가 계속 남아 있게 됐다. 앞서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성립 여부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찰청 실무진의 의견이 충돌했다. 이에 윤 총장이 이를 논의할 전문수사자문단 개최를 결정하자 추 장관은 자문단 개최를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또 윤 총장에게는 수사팀 지휘에서 손을 떼라고 지휘했다. 이에 윤 총장이 지난 3일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한 말이 추 장관 등에 대한 작심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권이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어떻게 할지는 조만간 단행될 검사장 및 중간간부 인사에서 읽힐 것으로 보인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고 나머지 지휘 라인을 유지한다면 끝까지 수사를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수사를 이쯤에서 일단락 짓고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심산이라면 지휘 라인을 대폭 교체할 수 있다.
한편 한 검사장은 이 전 기자의 기소 직후 낸 입장문에서 “애초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으므로 중앙지검이 공모라고 적시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또 “정 부장을 수사에서 배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재차 밝혔다. 이 전 기자의 협박성 취재 의혹을 MBC에 제보한 지모(55)씨와 MBC, 정치인들 간의 ‘권언유착’ 의혹에 대해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했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한 검사장의 요청에 적절히 대응하겠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