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休] 억겁이 빚은 '지하궁전'...태고의 신비를 만나다

<무더위·비도 끄떡없다...동굴로 떠나는 '동캉스'>

●단양 고수동굴

도담삼봉·사자바위·천지창조바위 등

기기묘묘 암석 가득...지금도 서서히 진화

●평창 백룡동굴

조명 설치 않고 원형상태 그대로 보존

석순·종유석 등 2시간 생태체험 만끽

단양 고수동굴 안에는 수십만년에 걸쳐 형성된 종유관·종유석·석순·석주·동굴산호·유석·동굴커튼·곡석·동굴진주·석화 등이 있다.단양 고수동굴 안에는 수십만년에 걸쳐 형성된 종유관·종유석·석순·석주·동굴산호·유석·동굴커튼·곡석·동굴진주·석화 등이 있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철에는 밖으로 나가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입추가 지났지만 아직도 장맛비는 그칠 줄 모르는 판에 여행길에 오르기란 녹록지 않다. 그래서 ‘비를 피하면서 동시에 구경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동굴탐험이다. 게다가 동굴 안은 기온이 낮아 여름철 피서로 제격이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동굴 안은 습도가 높아 안경과 카메라 렌즈에 김이 서린다는 것인데 굴 안의 서늘함과 아름다운 풍광을 위해 그 정도 수고쯤은 감수하고도 남음이 있다.

고수동굴과 억겁의 시간이 만들어낸 종유석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생성되고 있다.고수동굴과 억겁의 시간이 만들어낸 종유석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생성되고 있다.


◇단양 고수동굴=동굴 하면 우선 떠오르는 곳은 충북 단양의 고수동굴이다. 천연기념물 256호인 고수동굴은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오랜 세월 석회암을 녹여 생성됐다. 고수동굴은 지난 1976년 10월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됐는데 길이는 1.4㎞나 되지만 공개 구간은 940m 정도다. 굴 안에는 수십만년에 걸쳐 형성된 종유관·종유석·석순·석주·동굴산호·유석·동굴커튼·곡석·동굴진주·석화 등이 있는데 억겁의 시간이 만들어낸 이 유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생성되고 있다.


고수동굴의 초입은 편하게 시작된다. 동굴 안에는 종유석 모양에 따라 이름을 붙인 도담삼봉·만물상 등 기기묘묘한 형상들이 펼쳐진다. 이 구간을 지나면 지하수가 흐르는 용수골이 있고, 마침내 동굴 관광의 반환점인 사랑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동굴을 나오는 코스에서는 천지창조바위와 사자바위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동굴 안 식생은 외부와 판이하게 다르다. 고수유령거미·장님좀먼지벌레·아시아동굴옆새우·씨벌레 등 총 46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들은 햇볕이 쏟아지는 외부와는 사뭇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동굴 안 기온은 15도, 습도는 95%로 연중 유지된다. 940m 구간을 둘러보는 데는 한 시간 남짓 걸리는데 밖으로 나올 때까지 서늘한 기운이 감돌아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입장료는 어른 1만1,000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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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동굴은 원시 상태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일체의 조명을 설치하지 않았다. 오로지 헬맷에 부착된 헤드랜턴 하나에 의존해 동굴을 탐방해야 한다.백룡동굴은 원시 상태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일체의 조명을 설치하지 않았다. 오로지 헬맷에 부착된 헤드랜턴 하나에 의존해 동굴을 탐방해야 한다.


◇평창백룡동굴=단양에 고수동굴이 있다면 강원도 평창에는 백룡동굴이 있다. 백룡동굴은 미탄면 문희마을에 위치해 있는데 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맨 끝에 자리잡은 마을이 문희마을이다. 백룡동굴은 1976년 마을주민 정무룡씨가 절벽에 뚫린 작은 구멍에서 찬바람이 나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동네 청년들과 들어가 보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동굴 이름도 뒤편에 있는 백운산의 앞글자와 발견자의 이름 ‘무룡’의 뒤 글자를 한자씩 따서 붙여 백룡동굴이라 부르게 됐다. 이후 1979년 천연기념물 260호로 지정되면서 학자들의 조사와 연구가 시작됐고 2005년 생태체험학습장을 개발, 2010년 현재의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으로 문을 열었다.

백룡동굴은 원시 상태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일체의 조명과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았다. 오로지 헬멧에 부착된 헤드랜턴 하나에 의존해 동굴을 탐방해야 한다. 굴이 좁아지는 구간에서는 직경 40㎝ 정도의 구멍을 기어서 통과해야 할 정도다.백룡동굴은 원시 상태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일체의 조명과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았다. 오로지 헬멧에 부착된 헤드랜턴 하나에 의존해 동굴을 탐방해야 한다. 굴이 좁아지는 구간에서는 직경 40㎝ 정도의 구멍을 기어서 통과해야 할 정도다.


기자가 백룡동굴을 추천하는 것은 그 완벽한 보존상태 때문인데 이곳은 원형이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 보존된 국내 유일의 체험형 동굴이다.

중국 장가계의 황룡동굴에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굴 안을 비추는 휘황찬란한 조명을 기억할 것이다. 루미나리에도 아닌 것이, 크리스마스트리도 아닌 것이, 빨강과 파란색의 형형색색 등불을 요란하게 장식해 동굴의 원형을 제대로 살펴보기 힘들 정도다.



반면 백룡동굴은 원시 상태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조명을 일체 설치하지 않았다. 오로지 헬멧에 부착된 헤드랜턴 불빛 하나에 의존해 동굴 속을 탐방해야 한다. 굴이 좁아지는 구간에서는 직경 40㎝ 정도의 구멍을 기어서 통과해야 할 정도다. 탐방이 시작되면 입구에서 어부들이 입는 고무 옷으로 갈아입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른 동굴들을 관광형 동굴이라고 부르는 반면 백룡동굴은 체험형 동굴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입장객 숫자도 한번에 20명, 하루 최대 240명으로 제한하며 안전교육을 받고 난 후에야 들어갈 수 있다. 백룡동굴에는 A~D구역까지 있는데 일반인에게 공개된 코스는 A구역뿐이다. 길이는 왕복 1.5㎞에 불과하지만 탐사에 2시간 남짓 소요될 정도로 코스가 쉽지 않다. 동굴 안에서는 석순, 커튼형 종유석 등 기기묘묘한 형태의 암석들을 볼 수 있다. 특히 150m 정도만 들어가면 외부의 빛이 완전히 차단돼 절대 암흑을 느낄 수 있는데 웅덩이에 사는 민물새우의 눈이 퇴화해 사라진 것도 볼 수 있다. 어른 1만5,000원, 어린이 1만원의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 월요일은 휴무이며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동굴 진입이 통제될 수도 있으니 반드시 확인해보고 가야 한다. /글·사진(평창·단양)=우현석객원기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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