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역대급 가계빚에...은행 주담대 '속도조절'

2분기만 주담대 15조 가까이 급증

과열 양상에 당국 구두경고 나서

시중銀 가산금리 올려 총량 관리

역대 최저 코픽스에도 주담대 금리↑




1%대 주택담보대출까지 등장하며 가속도가 붙었던 주담대 금리 하락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일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금리를 하향 조정한 은행도 코픽스 하락폭에는 못 미쳤다.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한 탓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담대 옥죄기’가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상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금융당국은 아예 가계부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고 나섰다. ‘제로금리’ 상황에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은행권의 이해관계까지 맞아떨어지면서 실제 대출자들이 느끼는 금리 인하 효과는 현저하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7월 코픽스를 반영해 이날부터 적용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계 변동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는 연 2.04∼3.90%였다. 지난달보다 하단은 0.08%포인트, 상단은 0.1%포인트가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연 2.23~3.73%로, 한 달 전보다 상·하단이 0.02%포인트 상승했고, 농협은행은 0.08%포인트가 올라 2.04~3.65%였다. 주담대 변동금리를 매일 산출하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소폭 조정됐다. 7월 신규취급액 코픽스가 연 0.81%로 첫 0%대를 기록한 6월(0.89%)보다 0.08%포인트 더 떨어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도 주담대 금리가 인상된 것은 결국 가산금리 때문이다. 가산금리는 조달비용 등을 반영해 조정하는데,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주담대 금리가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잔액기준보다 금리가 낮은 취급액 기준 코픽스로 고객이 쏠리는 현상도 해소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실제 은행권은 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꾸준히 가산금리를 조정했다. 1.91~2.04% 수준을 유지했던 분할상환방식 주담대(만기 10년 이상)의 올해 평균 가산금리 하단은 6월 2.25%, 7월 2.13% 등으로 다시 2%를 넘기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산금리 인상이 코픽스 공시 시점과 맞물릴 경우 급격하게 인상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2·4분기 금융채 금리 상승 비용을 반영한 농협은행이 대표적이다. 반면 우리은행의 경우 코픽스와 연동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찌감치 가산금리를 올린 데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평가다. 우리은행 주담대는 지난달에 비해 0.06%포인트 낮아진 2.30~3.90%를 기록했으나 금리 수준을 보면 오히려 여타 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주담대 가산금리 조정을 통한 대출 총량 관리는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속에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해당 분기에만 주택담보대출이 15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3,000억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4분기 이래 가장 많았다. 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가계대출 전반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즉각 금융당국은 구두 개입에 나섰다. 이날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과도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게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준수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달라”며 당국 차원의 철저한 모니터링을 예고했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은행으로서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눌러야 하는 상황. 은행권 관계자는 “가장 효과적인 조절 수단은 가격(금리)”이라며 “가산금리 인상으로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한편 수익성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종호·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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