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선거 의식한 포퓰리즘 예산, 멍드는 재정 건전성

정부가 1일 국무회의를 열어 올해 본예산보다 8.5% 늘어난 555조8,000억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예산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돈을 써야 할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세균 총리는 “지금은 재정이 국가경제와 민생의 버팀목이 돼야 하는 준전시 상황”이라며 코로나19에 맞서 일자리와 기업을 지키고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경제회복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지적대로 확장재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지출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당장 병사들이 민간 이발소나 미용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월 1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과제인지 의문이다. 병사 월급 12.5% 인상 등에 돈을 쓰다 보니 전체 국방예산은 5.5% 늘었지만 정작 항공기·잠수함 등 전력보강 예산은 올해보다 899억원이나 줄었다.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이제 200조원 시대가 열렸다. 2017년만 해도 이 분야의 예산 증가율은 4.9%였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두자릿수대 증가율을 보이며 가파르게 오른 결과다. 반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21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 외에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내년 4월 재보선과 2022년 대선 등을 의식한 선심성 포퓰리즘 예산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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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출확대에 따른 부족분을 89조7,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해 메운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7%로 크게 오른다. 이 비율은 2024년 58.3%까지 상승한다.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공기업 부채 등을 합친 실제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에 이미 100%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정준칙 공개 시점을 또 미뤘다. 국가부채 가이드라인마저 흐지부지된다면 재정 건전성은 더욱 빠른 속도로 훼손될 수 있다. 정부는 자칫 국가신용도 급락으로 국가부도 위기를 맞는 일이 없도록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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