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코로나 혼돈의 시대…대통령·총리·여당 대표가 펼친 책.

문재인 대통령, SNS에 읽은 책 4권 소개

‘코로나 사피엔스’, ‘오늘부터의 세계’ 등

코로나 이후에 대한 국내외 석학 제언 담겨

정세균 총리, 서울-세종 KTX 안에서 독서

이낙연 대표, 자가격리때 외교·경제책 읽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여름 휴가를 맞아 찾은 계룡대에서 책을 읽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여름 휴가를 맞아 찾은 계룡대에서 책을 읽고 있다./연합뉴스



급습이었다. 바이러스는 갑자기 들이닥쳐 일상을 멈춰 세웠다. 사람들은 바짝 엎드렸다. 바이러스가 지나가기 만을, 또는 백신이 개발되기 만을 바라며 몸을 움츠렸다. 그럼에도 바이러스는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는 것 마냥 불쑥 불쑥 튀어 나와 사람들을 쉴새 없이 괴롭히고 있다. 고통과 불확실성은 점증한다.

도대체 이 대혼란의 시간은 언제쯤 끝나는 것일까. 하지만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책을 펼친다. 책 속에 정답은 없을지언정 힌트는 들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앉아 있는 리더일수록 지혜는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거대 여당 대표도 코로나 시대, 길고 답답한 여름 ‘집콕’의 시간 동안 책을 꺼내 들었다.






■文대통령, 석학 ‘포스트 코로나’ 제언에 집중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독서의 달인 9월을 맞아 ‘코로나 사피엔스’ ‘오늘부터의 세계’ ‘리더라면 정조처럼’ ‘홍범도 평전’ 등 4권의 책을 SNS를 통해 소개했다. 예년 같으면 휴가에 맞춰 추천 도서 목록을 공개했겠지만 올해는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휴가를 취소했기에 독서의 달을 계기로 책을 추천했다.

문 대통령의 책 목록에는 ‘포스트 코로나’와 ‘역사 속 위대한 리더’라는 키워드가 담겨 있었다.

‘오늘부터의 세계(메디치미디어 펴냄)’는 제러미 리프킨, 원톄쥔, 장하준, 마사 누스바움, 케이트 피킷, 닉 보스트롬, 반다나 시바 등 세계적인 석학 7명의 코로나 위기 원인 분석과 코로나 이후 세계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이들은 단순히 코로나 바이러스만 보지 않고 기후변화, 세계화, 양극화, 혐오, 불평등, 지구적 거버넌스 부재, 민주주의 위기 등 앞으로 닥칠 더 거대한 문제를 지목한다.

‘코로나 사피엔스(인플루엔셜 펴냄)’도 석학의 제언이다. 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홍기빈, 김누리, 김경일, 정관용 등 한국 석학 6명은 “인류는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 하면서 생태와 인간관계, 경제 재편, 새로운 정치 체제의 출현, 문명의 전환 등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을 보여준다. 국가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대통령에게 여러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리더라면 정조처럼(더봄 펴냄)’과 ‘홍범도 평전(레드우드 펴냄)’은 역사 인물에 대한 책이다. 각각 백성을 위해 개혁을 추진했던 정조의 통찰력과 실행력, 동포를 억압에서 구하려 했던 홍범도 장군의 항일 정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丁총리가 고른 책,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취임 직후 코로나 사태가 터진 탓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줄곧 겸임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도 코로나가 던진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종종 읽는다. 그가 주로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KTX 안에서 독서를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 재확산 위기에 대응하느라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지만 정 총리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 3권의 책을 SNS에 공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7월 KTX 안에서 책을 읽고 있다./사진출처=정세균 국무총리 SNS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7월 KTX 안에서 책을 읽고 있다./사진출처=정세균 국무총리 SNS


첫 번째 책은 ‘초예측(웅진지식하우스 펴냄)’으로, 문 대통령이 읽은 ‘코로나 사피엔스’‘오늘부터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세계 석학들의 제언을 담고 있다. 유발 하라리 , 재레드 다이아몬드, 닉 보스트롬, 린다 그래튼, 다니엘 코엔, 조앤 윌리엄스, 넬 페인터, 윌리엄 페리 등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일자리와 교육의 변화, 새로운 사회 분열 양상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두 번째 책은 ‘수축사회(메디치 펴냄)’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권가의 미래학자로 불리던 시절 집필한 책으로, 국내외 정치, 경제 변화상을 소개하면서 미래 생존 전략을 제시한다.

나머지 한 권은 김누리 중앙대 교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해냄 펴냄)’다. 책은 독일을 거울삼아 우리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지적한다. 또 비정상적 학업 경쟁 체제에서 아이들은 힘들어하고, 어른들은 노동 기계처럼 살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 책은 정 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경제 활력 제고와 사회 통합과 연관성이 높다.



■北, 日에서 경제까지…李대표의 자가격리 독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면서 지난 달 19일부터 31일까지 14일 동안 자가 격리를 해야 했다.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입장에서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바이러스 방역 앞에서 만인이 평등해야 하는 법. 이 대표는 당국의 통보를 받자마자 ‘집콕’에 들어갔고, 틈틈이 책을 읽었다. 또 그의 집콕 동향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곁에 두고 있는 책 4권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가격리 기간이었던 지난달 23일 책을 읽으며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출처=이낙연 SNS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가격리 기간이었던 지난달 23일 책을 읽으며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출처=이낙연 SNS


이 대표의 책들은 분야가 다양했다. 먼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부부인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가 함께 집필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생각의힘 펴냄)’을 골랐다, 이 책은 이민, 조세, 무역 등과 관련해 기존 경제학의 시각에 반기를 들면서 불평등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피크재팬(김영사 펴냄)’은 미국인 국제전략 분석가 브래드 글로서먼이 쓴 일본 분석 책이다. 30년 가까이 일본을 연구해온 그는 19세기 중반 강제 개항 이후 부침을 반복하며 우상향해온 일본이 이제 정점에 다다랐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는 한국이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의 세 번 째 책 ‘김정은 리더십 연구(세종연구소 펴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7년 2월 출간 된 정부간행물이다. 정성장, 백학순, 임을출, 전영선 등 통일·북한 전문 학자들이 공동 집필했다. 김정은의 성장과 리더십 구축 과정 등을 학자적 관점에서 말해주는 책으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비하는 지식 쌓기 차원의 책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마지막으로 공개한 책은 나태주 시인의 ‘연필화 시집(푸른길)’이다. 소박한 사랑과 순순한 자연을 노래한 시집으로 코로나 시대에 잔잔한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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