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 7월 시작한 ‘2020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의 결렬 선언을 검토 중이다.
임단협 시작 두 달 만에 결렬을 선언하는 건 이례적으로 업계에서는 오는 9~10일 예정된 민주노총 가입 찬반을 위한 동력으로 임단협 결렬을 검토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임단협이 결렬될 경우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총 가입 찬반과 파업 찬반 여부를 함께 투표에 붙이게 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이날 오후 사측과 2020년도 임단협 5차 실무 교섭을 한 후 임단협 결렬 선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교섭 결렬을 결정할 권한은 교섭위원들에게 위임됐다. 애초 지난달 28일 4차 실무 교섭 후 임단협 결렬 여부를 결정하려 했지만 “한 번 더 실무교섭을 진행 후 결정하자”는 내부 의견에 따라 이날 실무 교섭 후 교섭 위원들의 판단 아래 결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노조는 교섭 결렬 검토 사유로 사측의 교섭 지연을 꼽고 있다. 르노삼성은 애초 주 1회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여름 휴가 일정으로 교섭을 못 한 것 말고는 애초 계획대로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갑작스러운 교섭 결렬 선언 배경에는 오는 9~10일 예정된 조합원 총회 안건인 ‘민주노총 가입 찬반’ 투표를 위해 사전 여론을 조성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 3월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했다가 조합원 반대 여론이 커서 포기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섭 결렬을 선언한 후 쟁의(파업)권 찬반까지 조합원에게 함께 물음으로써 투표 동력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파업 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 노조로 활동하기 보다는 민주노총 가입으로 다른 완성차 업체와 연대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논리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조속한 교섭 타결을 하기보다는 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정치에 골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빠른 교섭 후 생산에 매진해도 모자라는 상황에 민주노총 체제 전환에 골몰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 가입이 성사된다면 교섭 주체가 바뀌게 돼 교섭형태, 위원구성, 체결권한 등 교섭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 협상이 또 해를 넘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번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 가입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르노삼성 노조의 한 관계자는 “2대 집행부에서 진행됐던 민주노총 연대 찬반 투표에서 찬성표가 64% 정도 나왔다”며 “이후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며 반대한 조합원 300여명이 떠나는 등 현 조합원들은 집행부에 지지표를 던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 과반수가 참석해 참석 조합원의 3분의 2(66.7%)가 찬성해야 한다. 가결 될 경우 조합원 2,000여명은 민주노총 소속이 된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집행부가 회사를 상대로 파업 등 강공을 던질 때마다 대의원과 조합원들이 제동을 걸어온 만큼 가입안 통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르노삼성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이 성사될 경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의 수출 물량 배정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XM3는 르노삼성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차종으로 부산 공장이 유럽 물량까지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프랑스 르노그룹이 노조의 파업을 문제삼으면서 물량 배정 결정을 연기했고 유럽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지면서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있다. 여기에 노조 리스크가 커지면 XM3 수출 물량 배정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