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69명의 당협위원장을 ‘물갈이’하겠다고 예고한 당무감사를 앞두고 미래통합당 서울시당 홈페이지에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의 명칭이 ‘당협위원장’에서 그보다 권한이 제한된 ‘조직위원장’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통합당에서 그동안 당협위원장이 아닌데도 당협위원장급 대우를 한 황 전 대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선 1일 통합당 조직국은 홈페이지에 잘못 게재된 황 전 대표의 직함에 대해 “홈페이지에 따로 ‘조직위원장’ 메뉴가 없어서 ‘당협위원장’으로 올라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후 하루 만에 황 전 대표 이름 옆에 ‘조직위원장’이라고 했다. 총선 이후 5개월가량 ‘당협위원장’이라 표시한 직함이 당무감사를 앞둔 시점에 돌연 바뀐 것에 대한 답변은 연락이 닿지 않아 들을 수 없었다.
황 전 대표는 그간 종로에서 조직위원장과 당협위원장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서 활동해왔다. 정치 거물급만 도전장을 내미는 ‘정치 1번지’ 종로는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지역이다. 이에 황 전 대표는 낙선 후 따로 당협위원장 선출을 거치지 않고 조직위원장으로 종로에 남아 장학재단을 추진하는 등 지역 활동을 이어갔다.
통합당은 그런 황 전 대표에게 당협위원장급 대우를 해왔다. 통합당에서는 “통상적으로 말할 때는 (황 전 대표를) 당협위원장으로 부른다”면서도 “정확한 명칭은 조직위원장이 맞다”고 밝혔다. 같은 서울시당 당직자는 황 전 대표가 당협위원장으로 ‘승격됐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황 전 대표는 원외 당협위원장 오찬 모임에 초청되고 비공식적인 내부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다만 정식으로 선출된 당협위원장이 아닌 탓에 그는 전국위원회와 같은 공식적인 당 행사에 참여할 수 없고, 공천관리위원회에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을 추천할 권한이 없다.
황 전 대표가 당협위원장에 공식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당무 감사 면접을 봐야 한다. 통합당 관계자는 “황 전 대표가 종로에 남아 있고 면접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통합당 입장에서는 당 지도부에서 이미 ‘강경보수’ 세력과 선을 그은 가운데 황 전 대표의 당무감사가 난감한 상황이다. 황 전 대표는 최근 광복절 집회 이후 불거진 소위 ‘전광훈 리스크’를 당에 떠안기고 총선에서 참패했다. 하지만 동시에 유승민 전 의원 등 뿔뿔이 흩어진 보수진영을 통합하고, 삼고초려 끝에 김 위원장의 당 영입을 성사시켰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자신을 당에 영입한데다 여전히 대선 주자에 이름을 올린 황 전 대표를 당무 감사를 통해 물갈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