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집중호우로 채소류 등 식품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7%로 커졌다. 이와 함께 전세 가격도 17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2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05.50(2015=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상승했다. 이는 지난 3월(1.0%)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특히 농·축·수산물이 2017년 8월(10.7%) 이후 가장 큰 10.6% 상승률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농·축·수산물은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를 0.81%포인트 끌어올렸다. 농산물이 12.1% 올랐고 이 중 채소류가 28.5% 상승했다. 채소류 상승폭은 2016년 11월(32.9%) 이후 최대다. 배추(69.8%), 고구마(56.9%), 호박(55.4%), 토마토(45.4%) 등이 가파른 상승률을 보였다. 국산쇠고기(9.5%) 등 축산물도 10.2% 올랐고 수산물은 6.4%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도 15.8% 올랐다. 이는 2017년 1월(15.9%)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서비스는 0.3% 상승했다. 이 중 집세가 0.3% 올랐는데, 전세(0.4%)와 월세(0.2%)가 모두 올랐다. 전세는 2019년 3월(0.5%) 이후, 월세는 2017년 2월(0.3%)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집세 상승에 따라 자가주거비 포함 지수도 0.6% 상승해 2018년 4월(0.8%)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유가 인하·무상교육·코로나 3재에…0%대 저물가 계속
올해 1∼3월 1%대를 보이다 4월 0.1%, 5월 -0.3%로 내려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0.0%, 7월 0.3%로 오른 뒤 지난달 0.7%로 상승폭을 확대했다. 그러나 이는 장마에 따른 채소류 가격 상승 등이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0%대 저물가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달 0.8% 상승했다. 상승폭이 올해 1월(0.9%) 이후 가장 크지만, 2019년 8월 이후 13개월 연속 0%대에 머물러 있다.
안 심의관은 “4월 이후 0%대 저물가가 지속하고 있는데 원인은 크게 세 가지”라며 “국제유가 인하에 따른 석유류 가격 하락과 도시가스 인하, 고교 납입금 지원과 유치원 납입금 지원 확대 등에 따른 공공서비스 하락,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상품 중 공업제품은 0.4% 하락했다. 휘발유(-8.7%), 경유(-13.7%), 등유(-14.1%) 등 석유류가 10.0% 떨어진 영향이 컸다. 석유류와 연동하는 도시가스 가격이 10.3% 내려가 전기·수도·가스도 4.4% 하락했다. 서비스 중 무상교육, 무상급식 등의 영향을 받는 공공서비스는 1.8% 하락했다.
개인서비스는 1.1% 올랐다. 공동주택관리비(5.8%)가 많이 올랐지만 외식은 상승률이 0.5%에 그쳤다. 예년의 경우 8월 외식 상승률이 1% 후반에서 2% 정도 나오는데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상승률이 높지 않았고, 축산물 등과 달리 외식은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는 “9월 소비자물가는 태풍 등 기후 여건과 향후 코로나19 전개 양상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추석을 앞두고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핵심 성수품은 필요시 공급량 확대 등 수급 불안 방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