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배달앱도 들어가고 HMR도 내자"...코로나 장기전 얼굴 바꾸는 자영업자들

2.5단계 조치 후 배민, 요기요 등 입점 문의 2배 이상

매장 장사에서 배달로 전환하거나 병행하는 식당 급증

개인 옷가게 등 멤버십 도입해 예약제로 문 열어

1곳 운영 중인 소상공인 식당도 HMR 시장 노크




서래마을에서 돈가스집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장 손님이 급격히 줄면서 배달의민족 입점을 시작으로 요기요·배달통 입점도 고심하고 있다. 평소 배달을 하지 않던 식당이었지만 매장 내 손님이 현저히 줄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르바이트생 비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뭔가 뾰족한 수를 쓰지 않으면 당장 다음달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김 사장은 “홀 손님이 크게 줄고 정부가 배달 포장을 권고한다는 말까지 해서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처럼 영세한 골목식당들이 매출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이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정부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돌입,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매장 영업만 하던 식당들은 테이크아웃 서비스는 물론 배달 애플리케이션 입점을 통해 판로를 확대하는가 하면 소규모 식당들도 e커머스 쇼핑몰을 통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노크하는 모습이다.


2일 국내 최대 배달 앱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31일 이후 3일간 입점 문의 건수가 그 전주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쿠팡이츠나 요기요 역시 문의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로써 매장 장사 위주에서 배달로 전환하거나 병행하며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역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배달과 홀 장사를 함께하는 마녀김밥만 보더라도 배달 비중이 매우 높아져 요즘 같은 때 오히려 더 잘되는 것 같다”며 “2~3건 배달 앱으로 주문을 받으면 하루 광고비와 상쇄가 가능한 것으로 계산해 입점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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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패션 브랜드가 이미 온라인 체제로 완전히 전환한 가운데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온라인 체제에 돌입했다. 비욘드클로젯의 경우 현재 8개 매장을 절반으로 줄이는 한편 매장 관리 매니저 대신 온라인몰에서 완벽한 핏을 구현하기 위한 그래픽 디자인이나 버추얼 아트 디자인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고태용 디자이너는 “옷의 핏과 소재를 가장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 발전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360도 회전해서 제품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구매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 서비스를 브랜드들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응에 따라 온라인 매출이 매장 매출을 상쇄하면서 코로나19 이전 매출의 90%까지 회복한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이나 뛰어들었던 HMR 시장에 셰프나 유명 레스토랑들이 뛰어드는 데 이어 이제는 개인 식당들도 HMR 시장에 눈을 돌리며 HMR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했다. 일산에서 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한 가게는 평소 같으면 주차장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볐지만 2.5단계 조치가 이뤄진 첫날에 손님은 두 테이블에 그쳤다. 이 가게 주인은 “규모 있는 기업만 한다는 HMR을 생각해오고 있었는데 제품 출시 계획을 빨리 앞당기는 한편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과 같은 함께 병행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로수길이나 청담동 등 옷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도 모두 온라인 쇼핑몰 오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미 이들은 매장 방문객들이 감소하고 감염 우려 때문에 많은 고객들의 방문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예약제로 돌리는 한편 멤버십을 신설해 매장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등 작은 옷가게마저도 VIP 제도를 도입해 고객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청담동이나 경리단길 등 카페들은 야외 테라스를 늘리는 한편 야외로 통하는 문을 모두 개방해 아웃도어 카페로 콘셉트를 전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심희정 전문기자 yvette@sedaily.com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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