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단심으로 진행되는 선거 재판은 소송 제기 이후 180일 만에 결론을 내리도록 공직선거법 225조에 규정돼 있다. 과거의 경우 대부분 2~3개월 안에 재검표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변론기일이 잡혔다는 얘기도 들려오지 않는다. 오죽하면 대법원의 늑장재판을 꼬집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겠는가. 더 심각한 것은 일정이 촉박해 자칫 법정기일 내에 최종 판결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남은 두 달 동안 변론기일을 정하고 재검표까지 마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측은 “소송 건수가 워낙 많은데다 사안별로 쟁점과 장소도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 관련된 소송을 지연시키고 법이 정해놓은 처리시한을 어긴다면 대의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
4·15총선은 선거관리 측면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더욱이 지금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민감한 시점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만 해도 총선 이후로 미뤄지더니 공판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검사는 최근 인사에서 한직으로 옮겨야 했다. 사실상 선거 관련 수사에 관심을 두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 대법원은 선거소송 같은 정치적 사안일수록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을 삼가야 한다. 대법원은 핑계를 대지 말고 신속한 재판을 통해 선거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대법원이 계속 재판 절차를 미룬다면 국민의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