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기·독감(인플루엔자)은 비슷한 증상이 많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코로나19는 무증상·경증 환자 비율이 높고 무증상 기간에도 전파력이 높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지 않으면 감염 여부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방 백신과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어 환자 격리가 필수라는 것도 문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환자의 77% 이상이 초기에 발열→기침 증상을 보이는 것과 달리 독감 환자의 58% 이상이 기침·근육통→두통→인후통(목 아픔) 증상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생물학과 연구진이 중국·북미·유럽·한국의 코로나19·독감 환자 등의 증상별 진행확률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공중보건 프런티어’(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발표됐다.
감기·독감 환자가 늘어나는 올해 늦가을부터 코로나19가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로 유행할 수도 있어 걱정이 많은데 초기 증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조금이라도 빨리 구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들의 증상은 크게 발열→기침→메스꺼움 또는 구토→설사 순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77% 이상은 초기에 발열→기침 증상을 보였다. 상부 호흡기 증상은 흔히 기침→인후통으로 이어졌다. 위장관 증상은 주로 중반·후반부에 나타나는데 메스꺼움·구토(상부 위장관)→설사(하부 위장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상부 호흡기·위장관 증상 사이에는 근육통 또는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늘어놓으면 가장 흔한 증상은 발열→기침→인후통→근육통·두통→메스꺼움·구토→설사 순으로 진행됐다.
설사→메스꺼움·구토→기침→발열로 진행될 확률은 4%에 그쳤다. 하지만 초기에 설사를 경험한 환자들은 나중에 폐렴·호흡부전 같은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았다.
독감 증상은 기침·근육통→두통→인후통→발열 순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어서 구토·메스꺼움 또는 설사가 나타나기도 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초기 증상이 코로나19와 비슷했지만 위장관 증상은 설사가 메스꺼움·구토보다 빨리 나타났다. 또 인후통이 메스꺼움·구토 증상이 발생하는 후반부에 찾아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7월 발표한 확진자(4월까지 8,976명) 임상정보 기초분석결과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91%는 경증이며 산소치료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9%였다. 확진자 중 62%는 입원, 36%는 생활치료센터 입소, 2%는 자택격리자였다.
입원환자(5,570명)의 73%는 발열·기침·객담 등 코로나19 주요 증상 중 1개 이상의 증상을 보였다. 증상은 기침(42%), 객담(29%), 발열(20%), 두통(17%) 순이었다. 생활치료센터 입소자(3,230명) 가운데 유증상자는 35%였다.
연령대별 산소치료 환자의 비율은 80세 이상이 58%, 70대 38%, 60대 17%, 50대 8%, 40대 3%, 30대 2%였다. 산소치료를 받은 환자의 94%는 입원 후 8일 안에 이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가운데 산소치료가 필요해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7명이었다.
앞서 대한감염학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등 11개 감염관련 학회는 지난 2월 “열·기침이나 목아픔·코막힘·콧물 등 가벼운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5일 이상 외출을 자제하고 일반 감기약을 먹으면서 4~5일 경과를 관찰해달라”고 권고했다.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증상 발생 3~5일째에도 매우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등 초기에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위험이 높고, 증상이 없어도 바이러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초기 증상이 경미해 감기와 구분하기 어렵고 똑부러진 치료제가 없다는 점도 감안했다.
11개 학회는 또 “증상이 계속되면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방문하거나 관할 보건소, 1339에 상담 요청하고 38도 이상 고열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해지거나 계속되면 진료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한편 우리나라 50세 미만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증상 발생 후 10일간 경증이 유지됐다면 이후 산소치료가 필요한 정도로 악화된 경우는 0.2%에 불과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코로나19 환자 1,309명의 임상경과를 분석한 결과다.
50세 미만 연령층은 증상 발생 7일 안에 확진될 당시 호흡곤란이 없고, 고혈압·당뇨병·치매·만성 폐·콩팥질환 등 기저질환이 없고, 의식이 명료하다면 산소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등증 또는 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1.8%에 그쳤다. 산소치료를 받더라도 치료를 중단한지 3일 이상 지난 환자가 다시 중증으로 악화하는 경우도 없었다.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누가 ‘우선 입원 대상’일까. 중앙임상위의 ‘진료 권고안’에 따르면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환자로 악화할 확률이 10% 이상인 고위험군을 일순위로 꼽았다. 고위험군은 △고도비만 △분당 호흡수 22회 이상, 수축기 혈압 100㎜Hg 이하, 의식저하자 △당뇨병 등 기저질환자 △60세 이상 고령자 △폐렴으로 폐가 50% 이상 침윤된 환자 등이다.
반면 유증상 확진자라도 △증상이 발생한지 10일 이상, 50세 미만, 고위험 요인이 없는 환자 △의식상태가 명료하고 호흡곤란 증세가 없는 환자 등은 증상이 남아 있더라도 입원 대신 자택격리하거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지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