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가 전월 대비 약 45.8% 급감했다. 미국 증시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고평가 논란이 적지 않자 국내의 ‘원정 개미’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며 ‘일보 후퇴’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17억2,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31억9,100만달러 규모의 기록적인 순매수를 보였던 7월 대비 약 45.8% 줄어든 수치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주식 순매수가 14억9,000만달러로 전월(22억7,300만달러) 대비 34.4% 감소했다. 이 가운데 테슬라는 3억1,398만달러 규모의 순매수를, 애플은 3억1,227만달러 규모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엔비디아(2억2,695만달러), 아마존(3억7,072만달러) 등이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중국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상장돼 있는 홍콩의 주식도 순매수가 급격히 줄었는데, 지난달 홍콩 주식의 순매수는 8,700만달러로 전월(4억7,500만달러) 대비 81.7% 급감했다. 중국 본토 주식의 순매수도 같은 기간 동안 2억3,900만달러에서 1억1,800만달러로 50.6% 감소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차익실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주식 시장의 경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지만 그만큼 과속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실물경기의 회복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나스닥 종합지수는 지난달 1만1,000선을 돌파하며 9.5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시장조정론이 적지 않게 나오자 직구족들이 일부 매도에 나서 수익을 챙겨갔다는 설명이다. 또 중국 투자자들은 거세진 미국의 제재 압력으로 다소 움츠러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월 ‘역대급’ 순매수를 보인 까닭에 이른바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흐름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주식 투자를 늘려가는 흐름 자체가 꺾였다는 해석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 시장에 대한 과열 우려와 향후 조정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 해외주식 투자를 확대하는 큰 흐름 자체는 장기적으로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