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통신비 2만원이면 9,000억원...취약계층 선별지원 명분 약해져

[내일 4차 추경안 확정]

업종·세대간 '핀셋 논란' 커지자

대다수 소상공인 지원 검토 등

정치권, 추경에 '보편성' 가미

"취지와 달리 포퓰리즘 변질"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의회 회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코인노래연습장 생존권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집합금지명령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코인노래방 업주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운영을 중지한 고위험시설 소상공인의 영업손실을 조사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해달라고 촉구했다.          /권욱기자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의회 회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코인노래연습장 생존권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집합금지명령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코인노래방 업주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운영을 중지한 고위험시설 소상공인의 영업손실을 조사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해달라고 촉구했다. /권욱기자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한 2차 재난지원금 윤곽이 나오면서 선별 지원에 따른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계층에서 “나도 어려운데 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갈라치기’ 하느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은 물론 업종 간, 세대 간 갈등이 빚어지며 여당과 정부에서는 선별기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하고, 504만명에 이르는 만 12세 이하 아동·어린이가 있는 학부모에게 가구당 20만원씩 돌봄비용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모든 국민이 ‘넓고 얕게’ 2차 지원금 수혜 대상에 포함됐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계층을 중심으로 ‘맞춤형 핀셋 지원’을 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정치권의 요구로 보편성을 가미하면서 포퓰리즘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당정청에 따르면 정부는 10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8조원에 육박하는 4차 추경안을 의결하고 오는 11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영업이 중단된 12개 고위험시설 중 유흥주점과 단란주점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 대해 일괄 200만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또 일자리를 잃은 특수고용형태근로자(특고)에게 최대 200만원을 주고 장기 미취업 청년에게 1인당 월 50만원을 일시금으로 나눠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미취학 아동 및 초등학생 가구에 20만원의 아동돌봄쿠폰을 지원하고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급한다.


코로나19 타격이 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는 최대 200만원, 고위험시설이 아니더라도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급감한 소상공인도 100만원대의 지원금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매출 감소폭이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수혜 대상이 되는데 당정은 대다수 소상공인에게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면서 선별 지원 원칙이 훼손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유흥업주들의 경우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호소문을 제출하며 정부 방역대책에 적극 협조해 휴업했으므로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콜라텍과 노래방은 되고 유흥주점은 안 된다는 논리가 무엇이냐는 반발이다. 김춘길 유흥음식업중앙회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제휴업 일수가 가장 많고 85%는 생계형 영세업소”라고 읍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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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20만명에게 5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역차별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는 50만원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 120%로 잡는 방안을 고려했으며 현재 최종 조율에 들어간 상황이다. 신속한 집행을 위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나 취업지원 사업인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준이 어디에서 잡히든 악화한 청년 고용 사정이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왜 나는 받지 못하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미취업 청년에게 월 5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은 청년구직활동지원금(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과 유사한 사업이어서 사업 실효성에 의문이 발생할 수 있다. 당정 핵심관계자는 “패키지 교육을 받고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일시적으로 지급한다”고 말했다.

1015A04 4차 추가 경정


이처럼 상황이 혼란스러워지자 보편성이 가미된 정책들이 속속 등장했다. 올 상반기 7세 미만 미취학 아동(230만명)에 대해 1인당 10만원씩 4개월간 총 40만원을 지급했던 아동돌봄쿠폰은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구(274만명)까지 대상을 넓혔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양육활동 지원을 위해 대상이 배 이상 늘어나는 만큼 재원 문제로 인해 지원 금액은 20만원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약1조1,000억원이 쓰인다. 초등학교는 수업료나 급식비를 내는 스쿨뱅킹 계좌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도 일부 정치권에서는 중학생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중고등학생 학부모를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또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 준다는 명목으로 13세 이상에 대해 2만원의 지원금을 일회성으로 주기로 했다. 애초 청년층·노인층 등이 지원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30~40대를 중심으로 불만 여론이 감지되자 보편 지급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동통신사 등 통신사업자가 요금을 2만원 감면해주면 정부가 이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13세 이상 인구는 4,454만명으로 약9,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계층에 더 지원해줄 수 있는 비용을 국민들에게 2만원씩 생색 내는 데 쓰이는 셈이다. 자칫 지나치게 추석 전 지급이라는 신속성을 고려하다가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질 않는다. 더불어 보편적 지원 성격이 확대되면서 어려운 계층을 두텁게 돕는다는 취지도 약해진다는 비판이 있다. 당정 고위관계자는 “선별 지원 틀을 최대한 지키는 선에서 하려고 한다”며 “일부 형평성 시비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선별 원칙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변재현·하정연기자 김인엽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변재현·김인엽·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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