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는 현대백화점(069960)이 지난 5월 발행한 기업어음(CP) 500억원어치를 현금 상환했습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면세사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반기 운전자본 부담으로 약 2,000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했지요.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4년간 현대백화점만 한 차례 회사채(2018년)를 발행했을 정도로 외부 차입을 자제하던 곳입니다. 단기자금이 자주 필요한 유통업 특성상 만기 일주일~한달짜리 CP나 전단채를 주로 사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4~5월간 외부 자금 조달을 부쩍 늘렸습니다. 2년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아 2,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하기도 했지요.
현대백화점의 상반기 매출은 9,662억원, 영업이익은 230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4%, 81.7% 떨어졌습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방문자 수 감소, 확진자 발생 점포의 영업 중단 등으로 백화점 부문의 영업익이 62.5% 줄어드는 등 타격이 컸습니다. 6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소 줄어들면서 회복세로 돌아서는 듯 했지만 8월부터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매출이 뚝 떨어진 상황입니다.
악화된 현금흐름과 차입 부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잉여현금 등에 기반한 재무안정성은 우수합니다. 회사가 보유한 단기성차입금은 3,980억원입니다. 연간 5,000억원 수준의 설비투자(카펙스), 배당금 등 자금소요도 있습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4,287억원과 투자부동산 1,038억원 등에 따른 대체자금 조달 여력을 감안하면 양호한 편입니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순차입금 대비 상각전영업이익 지표도 2.3배로 안정적인 수준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8월 현대HCN을 통해 SK바이오랜드 지분 27.9%를 1,209억원에 인수하기도 했지요. 천연물 화장품 원료 부문에 대한 사업 역량을 확보하면서 향후 ‘토탈 라이프케어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