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정농담] 조국→추미애 달라진 판단, 정말 전현희 때문일까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권익위 "秋장관-檢수사 이해충돌 없다" 결론에

당직사병 '공익신고자' 인정 여부 판단까지 논란

野 "비상임위원에 秋 전 보좌관...전현희 사퇴하라"

"조국 때보다 정확한 실무진 판단" 권익위 반박에

성일종 "전현희 결재받겠다더니 귀신이 결재했나"

秋·전현희, 내년 서울시장 잠재 경쟁관계도 주목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사진제공=권익위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사진제공=권익위



국민권익위원회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와 아들 서모(27)씨에 대한 검찰 수사 사이에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와는 결론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정부 부처인 권익위와 야당인 국민의힘 사이에서는 이례적으로 신경전까지 벌이는 양상이다. 권익위는 조 전 장관 가족 수사 당시에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 과정을 보고받는지 여부 등에 대해 사실관계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이해충돌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지만, 추 장관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측의 확인을 받아 더 명확한 결론을 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전현희 권익위원장 취임 후 결론이 달라진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전 위원장이 최종 판단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두고도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 서씨 의혹 관련 제보자로 알려진 당직사병 A씨가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 신청까지 내면서 양측 갈등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 장관과 전 위원장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인 만큼 이들의 관계를 더 다각도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권익위 “秋장관-檢수사 이해충돌 없다”


권익위는 지난 14일 ‘검찰의 추 장관 아들 미복귀 사건 수사가 이해 충돌에 해당하는지’를 물은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에게 “추 장관이 아들과 사적 이해관계자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직무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답변을 전달했다. 질문을 던진 지 열흘이 넘은 시점에 결국 추 장관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권익위는 “이해충돌 사안 판단을 위해서는 사적 이해관계자 여부, 직무 관련자 여부 등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검찰청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법무부 장관 아들에 대한 사건을 법무부에 보고한 사실이 없으며 지휘권 행사가 없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씨가 추 장관의 아들인 만큼 ‘4촌 이내의 친족’이라는 사적 이해관계자 지위인 것은 맞지만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으로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으므로 직무 관련성은 없다는 판단이었다. 권익위의 이 판단은 추 장관의 직무 배제를 추진하던 국민의힘에 곧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추 장관 전 보좌관의 전화가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특정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알 수 없는 상태이고 현재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추 장관 아들 서씨의 휴가 특혜 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 A씨가 ‘공익신고자’가 맞는지 여부에 관해선 “권익위에는 관련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신고자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익신고자보호법 상 공익신고는 아니나 부패신고나 청탁금지법위반신고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검이 권익위에 제출한 사실관계 확인 답변 공문. /자료제공=성일종 의원실대검이 권익위에 제출한 사실관계 확인 답변 공문. /자료제공=성일종 의원실


檢 공문엔 윤석열 직인... 당직사병은 ‘공익신고자 보호’ 신청

이날 권익위가 판단의 근거자료로 제시한 대검찰청 공문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인도 찍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대검 형사1과는 권익위에 “(추 장관 아들 관련 사건을) 법무부에 보고한 사실이 없다”며 “검찰청법 제8조에 의하면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 지휘하게 돼 있는데, 추 장관 아들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권익위로부터 같은 질문들을 받은 법무부는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당직사병 A씨는 같은 날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 조치’ 신청을 냈다. A씨는 추 장관 아들 서씨의 휴가 미복귀 논란이 일어난 당일인 2017년 6월25일 당일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의 한 지원반 당직병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A씨가 권익위에 보호 조치 신청을 한 것은 이달 12일 황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A씨의 실명을 공개하며 ‘단독범’이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황 의원이 사실상 ‘좌표’를 찍어 현 정부나 추 장관에 우호적인 사람들로 하여금 A씨를 직접 공격하게 할 빌미를 줬다는 논리였다.

황 의원은 비판 여론이 일자 이후 A씨 실명을 지우는 쪽으로 페이스북 글을 수정했다. 하지만 TV조선이 앞서 A씨의 실명을 먼저 공개한 적이 있다며 완전히 물러서지도 않았다.

15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권익위의 이해충돌 답변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는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원들. /연합뉴스15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권익위의 이해충돌 답변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는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원들. /연합뉴스


野 “비상임위원에 秋 전 보좌관... 전현희 사퇴하라”

야당은 추 장관 사건에 대한 권익위 판단에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교수이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출신인 박은정 전 위원장이 떠나고 정치인 출신인 전현희 위원장이 오면서 조 전 장관 때와 결론이 달라진 것 같다고 의심했다. 국민의힘은 권익위 비상임위원 중 한 명인 임혜자 위원이 추 장관의 전직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까지 거론하며 전 위원장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권익위를 ‘정권의 충견’으로 몰락시킨 전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권익위는 서씨 관련 의혹을 증언한 당직사병이 공익신고자에 해당하지 않고 추 장관의 전 보좌관이 전화를 한 것도 청탁금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한꺼번에 내놓았다”며 “하루 사이에 국민권익위가 ‘정권권익위’가 돼버린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양심을 팔지 말고 지킬 건 지키라”고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권익위는 앞서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조 전 장관 가족 수사에 대해 사적 이해충돌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박은정 당시 권익위원장은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의 서면 질의에 “법무부 장관 배우자가 검찰 수사를 받는 경우 장관과 배우자 사이에 직무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며 “이해 충돌이나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땐 신고를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직무 배제 또는 일시 정지 처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권익위 “秋는 사실관계 면밀히 검토... 조국 때보다 정확”

권익위도 15일 즉각 설명자료를 내고 야당 측 주장을 반박했다. 권익위는 “추 장관과 조 전 장관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과 수사 대상인 가족 간에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권익위의 유권해석 기본 원칙엔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조 전 장관 관련 유권해석 당시엔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을 경우 직무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원론적인 유권해석만 내렸다는 게 권익위 측 주장이었다. 배우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인 상황에서 구체적 사실관계는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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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추 장관 사건의 경우 기본 원칙은 같지만 검찰수사 개입, 지휘권 행사 등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인 직무 관련성 여부를 더 면밀하게 검토했다는 설명이 붙었다. 검찰을 통한 사실관계 확인 절차가 판단 근거가 됐다.

‘권익위가 A씨는 공익신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도 권익위는 억울함을 표시했다. 권익위는 “14일 권익위가 낸 입장은 A씨가 국민권익위에 보호신청을 하기 전까지의 상황만 정리한 것”이라며 “신고가 접수되기 전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신고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4일 오후부터 이제 막 조사에 착수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박은정 전 권익위원장. /서울경제DB박은정 전 권익위원장. /서울경제DB


“전현희, 개입 안 했다” 野 향해 이례적 연속 반박

권익위의 비토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권익위는 다음 날인 16일에도 이례적으로 반박 자료를 2개나 내며 야당과 공방을 이어갔다. 관가에서는 권익위라는 정부 기관이 정치권과 이렇게 공방을 주고받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란 평가가 돌았다.

권익위는 입장자료에서 “조 전 장관과 추 장관의 이해충돌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은 다르지 않다”며 “추 장관의 경우는 조 전 장관의 경우처럼 가정적 상황에 대해 해석한 게 아니라 보다 정확하고 공정한 해석을 위해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위원장에 대한 공세를 의식한 듯 “권익위의 유권해석은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 위원장은 취임 이후 권익위가 반부패 콘트롤타워로서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하고 엄중한 자세를 견지할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임윤주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은 “앞으로도 권익위 부패방지국은 정파에 치우침 없는 엄정하고 공정한 잣대로 추상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연합뉴스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연합뉴스


성일종 “전현희 결재받겠다더니... 귀신이 결재했나”

야당은 권익위의 항변에도 좀처럼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실 관계자는 16일 본지 취재진에게 “권익위에 질의를 보낸 지난 4일 권익위 관계자로부터 ‘위원장님 결재를 받아야 답변을 드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권익위의 주장을 전면 반박한 것이다. 성 의원실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국회에 답변을 제출할 때 담당 국장이나 과장의 결재를 받은 후 제출하겠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기관장의 결재를 받아야만 제출할 수 있다는 말은 그때 처음 들어봤다”며 “그런 권익위가 전 위원장이 개입을 안 했다고 주장하니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성 의원 본인도 17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내가 직접 전현희 위원장에게 전화도 했다”며 “본인은 전혀 모르고 실무진이 한 것처럼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장관과 가족이 관련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만이라도 답변을 달라’고 하자 전 위원장은 ‘법무부에 사실관계를 문의했으니 오는 대로 답변을 하겠다’고 얘기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결재는 귀신이 했느냐”고 따졌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한 본지 취재진 질문에 “당시 결재라는 표현은 실제 ‘결재’를 뜻한 게 아니라 위원장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며 “주요 사안이니 위원장에게 보고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유권해석은 실무진 선에서 끝났고 전 위원장은 그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채 결론만 보고받았다”며 “전 위원장 보고 이후 유권해석이 달라진 부분도 전혀 없었다”고 재반박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추미애·전현희, 서울시장 잠재적 경쟁 관계에도 주목

추 장관을 둘러싸고 야권과 전 위원장 간 기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 장관과 전 위원장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나란히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전 위원장이 잠재적 경쟁자일 수 있는 추 장관에 굳이 정치적 생명을 걸 이유가 없다는 추정부터 추 장관 인선을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한 만큼 경선에서 당내 지지를 받기 위해 어느 정도 눈치를 볼 것이라는 추측까지 각종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물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서울 서대문갑), 추 장관, 전 위원장,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갑) 등이다. 이 중 전 위원장의 경우 2018년 2월에도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가 “선당후사의 마음”이라며 한 달 만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력이 있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부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점 때문에 서울시장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그가 부산시장으로도 출마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추 장관에 대해선 지난 11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추미애 장관과 박영선 장관은) 아주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추 장관 논란 여파가 법무부·권익위·국방부·외교부 차원을 초월해 내년 선거판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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