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반격 나선 임대사업자…보증보험 의무화에 '깔세' 돌려

"가입비용에 관련 절차 번거롭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반발

연세 등 형태 임대매물 증가추세

공실 증가에 '단기임대' 선호도 ↑




# “월세 보증금으로 200만원을 받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복잡한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해야 하나요. 보증금을 아예 없애는 게 속 편할 것 같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다세대 빌라로 임대사업을 하는 A씨는 이번 세입자가 나가면 다음 계약부터는 보증금 없이 월세를 미리 받는 이른바 ‘깔세’로 집을 내놓기로 했다. 소액의 보증금 때문에 번거롭게 보증보험에 가입하느니 시세보다 좀 낮게 내놓더라도 보증금을 없애는 형태로 유지하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전세보증보험 의무가입이 지난 8월부터 시행되면서 이에 반발해 ‘깔세’ ‘연(年)세’ 같은 보증금이 없는 형태의 임대매물을 내놓겠다는 임대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러 채의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사업자들은 보증보험 가입 비용뿐 아니라 관련된 절차도 부담스러운 만큼 아예 보증금을 없애 가입 의무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에서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임대사업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보증보험 의무가입 회피수단으로 보증금이 없는 이 같은 임대방식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깔세’는 임차 계약기간에 대한 월세를 한꺼번에 선지급하는 계약형태다. 주로 상가나 오피스텔에서 단기임대를 줄 때 사용한다. ‘연세’는 1년 치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월세의 기간 단위가 늘어난 개념이라고 보면 쉽다. 타지에서 온 단기체류자가 많은 제주도에서는 연세가 일반적인 임대방식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깔세·연세 모두 단기임대에 적합한 방식이다 보니 비교적 세입자 교체주기가 빠른 대학가 주변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이 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증금 자체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어서 소액의 보증금 보증을 위해 번거롭게 보증보험에 가입하느니 보증금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전세보증보험은 보증금이 대상인 만큼 보증금이 없는 계약이라면 가입할 필요가 없다.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는 세입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신규 계약이라면 집주인이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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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실기간이 늘고 세입자도 자주 바뀌는 탓에 단기임대를 감안한 선택이 더 낫다는 판단도 반영됐다. 코로나19 여파로 개강이 연기되는 등 학사일정이 불안정하다 보니 일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단기계약이 더 낫다’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들 또한 보증보험 의무제도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임대료를 내리더라도 보증금을 없애겠다는 기류가 엿보인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편법에 대해 ‘보증보험을 가입할 필요가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소비자들이 굳이 금전적으로 나을 게 없는 깔세·연세를 찾을 이유가 없다”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리한 보증보험 가입 의무 부여가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증보험 의무도 없고 상대적으로 수익이 좋은 깔세나 연세를 택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비용 구조가 되는 만큼 불리하다. 소비자를 위한 대책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초래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실적(단위=억 원, 건)

  금액 가구
2015년 7,221 3,941
2016년 51,716 24,460
2017년 94,931 43,918
2018년 190,367 89,351
2019년 306,443 156,095
2020년(8월 현재) 229,131 112,495
자료: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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