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같은 원칙에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재정준칙이 29일 공개될 전망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말까지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30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공개 가능 시점은 28, 29일 이틀 뿐이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재정준칙 발표 시기를 조율중이다.
정부가 이 같이 재정준치 발표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관련 내용과 관련해 정치권 및 전문가들이 쏟아낼 비판 때문이다. 여권과 야권 모두 재정준칙 제정에 대해 불만이 있으며, 불만 지점은 완전히 다르다.
우선 여권은 정부에 재정확장을 주문중이다. 올들어 네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과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6.1%와 43.9%로 치솟았지만, 선진국 대비 부채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여권은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압박한다. 코로나19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라 더욱 과감한 재정지출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재부의 재정준칙이 발표돼 국회를 통과할 경우 재정 확대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홍 부총리를 상대로 “지금 이 시기에 재정 운용의 경직성을 강화시켜서 경기 활성화 여건을 스스로 발목잡는 것이 옳으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반면 야권과 재정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재정확장 정책은 미래세대 부담을 늘리는데다 실효성이 부족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강력한 재정준칙 마련을 요구 중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는 GDP의 60% 수준인 유럽의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근거로 하되, 한국의 특수한 상황(통일비용 10%포인트+연금 부담 10%포인트)을 감안해 암묵적으로 40%를 적정 채무비율로 지켜왔다”며 “재정이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안에 묶어놓는 재정준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재정준칙의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비율을 법안이 아닌 시행령(대통령령)에 담을 것이란 전망이 나와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계속 되고 있다. 정부는 또 경제상황에 따라 국가채무비율 등을 조정할 수 있는 단서·유보조항도 담을 예정이라 ‘고무줄 재정준칙’이 될 것이란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재정준칙을 1년 단위가 아닌 3~5년 단위로 적용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재정준칙에 이 같은 내용이 모두 담길 경우 야권과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기재부가 청와대와 여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을 가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추석 연휴 등으로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덜한 29일 오후 늦게 재정준칙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정준칙 관련 논란은 추석 연휴 다음주 부터 본격 시작되는 국정감사 기간에 점화될 전망이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