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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人] 김수이 캐나다연금 아태 대표 "한국 기업-부동산 투자 더 늘릴 것"

[운용자산 509조 캐나다 연기금 대표 특별인터뷰]

한국인으로 글로벌 PEF 큰손 된 김수이 대표

한국 기업 지배구조 개선 몇 년동안 관찰

성장잠재력 큰 한국에 지속 투자 할 것

연기금 수익률 제고 위해서는 독립성 확보가 필수




“한국은 아직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입니다. 한국의 기업과 부동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더 늘릴 계획입니다.”

김수이(사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28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현재 4%인 한국 투자 비중을 앞으로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CPPIB는 올해 6월 말 기준 4,344억달러(약 509조원)를 운용하는 대형 연금으로 지난 10년 동안 누적 연평균 10.7%의 수익률을 올리며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을 내는 기관투자가로 잘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과정(MBA)을 마치고 삼일회계법인과 맥킨지컨설턴트·칼라일그룹 등을 거친 국내 최고 사모펀드(PEF) 전문가다. 지난 2007년 CPPIB 아시아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를 맡은 뒤 2016년부터는 아·태 지역 대표까지 올라 글로벌 PE 업계에서도 큰손으로 통한다. MBK파트너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PEF들이 CPPIB의 출자를 받아 국내에 투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중국·인도·일본·호주와 더불어 CPPIB의 핵심 투자처”라며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믿고 있기 때문에 한국 상장사와 부동산 등에 계속해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CPPIB는 올 4월 네덜란드 연기금(APG) 및 홍콩 물류개발 회사 ESR과 손잡고 국내 물류시설에 투자하는 10억달러 규모의 합작회사를 설립한 바 있다. CPPIB는 전체 투자금 중 가장 많은 4억5,000만달러를 책임졌으며 향후 3개 회사 합산 20억달러까지 투자금을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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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전자상거래 시장 발달에 따라 2009년부터 아시아 물류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의료·모빌리티·빅데이터, 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는 새로운 투자의 기회를 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재벌’로 불리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한국 기업의 거버넌스가 점차 개선되고 있어 투자 여부를 검토할 때 긍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나아지는 모습을 지켜봐왔다”며 “한국 기업 이사회에 다양성과 독립성 및 풍부한 경험 등이 보강돼 궁극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총 때 반대 의견을 내는 자산운용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기관투자가들이 겪는 투자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기 의혹을 받는 미국 수소차 스타트업 니콜라처럼 전통적인 기업 밸류 측정 모델로 가치를 부여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질문에 “벤처캐피털(VC) 투자 같은 경우 현실적으로 투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적절한 실사가 어렵고 수익 모델이 정의되지 않은 기업이라면 결과를 추측하는 대신 현금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단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결정에 앞서 확실한 분석이 선행돼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위해서는 독립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CPPIB의 투자는 정부 지시나 정책 방향에 절대로 휘둘리지 않는다”며 “그래야 유연성과 인내심을 갖고 장기투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최근 5년 누적 연평균 수익률은 5.45%로 CPPIB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20명 멤버 중 정부 측 인사가 8명에 달해 외부 개입에 취약한 구조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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