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해외 기관 투자를 대거 유치하며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서 흥행했다.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의 열기도 뜨거웠지만 해외 반응이 특히 좋았다.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블랙록 등 글로벌 큰손들이 대거 수요예측에 참여했는데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를 확약했을 정도다. 올해 상반기 IPO 열풍을 이끈 SK바이오팜 수요예측 때도 없던 일이다. 방탄소년단(BTS)이 아시아뿐 아니라 북미·유럽 등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전체 참여 기관의 23%가 해외 기관으로 채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빅히트는 지난 24~25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경쟁률이 1,117대1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공모가는 희망범위 상단인 13만5,000원으로 결정됐고 공모 규모는 9,626억원이다. 전체 참여 기관 수는 1,420곳인데 이 중 333곳(23%)이 해외 기관이었다. JP모건이 주관사로 해외 공모를 담당했다.
SK바이오팜과 비교해도 해외 기관의 관심은 돋보였다. SK바이오팜은 올 6월 IPO를 통해 9,593억원을 조달했는데 당시 수요예측에 참여한 해외 기관은 117개에 불과했다. 공모주 신청 수량은 더 차이 난다. 해외 기관의 빅히트 수요예측 신청 물량은 8억502만7,789주로 이는 전체의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SK바이오팜(약 2%)을 크게 앞질렀다.
단순히 참여 기관·물량만 많았던 것은 아니다. GIC와 블랙록 등 유력 기관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했으며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서 의무보유를 확약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일어났다. 외국 기관들이 의무보유를 확약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현상)’을 기록했던 SK바이오팜 수요예측 때도 해외 기관 확약은 없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GIC 등 글로벌 기관들은 투자유치를 원하는 곳이 워낙 많아 의무보유 확약을 제시하지 않는 편”이라며 “BTS가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해외 기관들이) 국내 투자자 못지않게 빅히트를 높게 평가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큰손들이 대거 수요예측에 참여하면서 일반 청약 흥행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 IPO 관계자는 “단순히 몇 개 기관이 수요예측에 참여했다는 것보다도 권위 있는 기관이 청약에 참여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유의미한 외국 기관들이 확약까지 제시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적어도 ‘따상’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빅히트는 다음달 5~6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한다. 일반 청약은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64만8,182주)과 한국투자증권(55만5,584주), 공동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18만5,195주), 인수단인 키움증권(3만7,039주)을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