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빚 있다고 다 월북하냐…한마디로 픽션"

■유가족들 '해경 발표'에 반발

"6시간 골든타임 뭐했나" 비판도

북한군 피격사망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2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북한군 피격사망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2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원 이모(57)씨의 유족이 29일 해경 발표에 대해 “한마디로 픽션”이라며 “뭐가 급했는지 또다시 월북 프레임 덧씌우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사진)씨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씨는 북한군이 숨진 동생 이씨에 대한 신상정보를 자세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는 해경의 발표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첩보로 받았다는 것을 픽션으로 받아들인다”며 “동생은 사경을 헤매며 북한군에 체포됐는데 그들이 물으면 그 말을 안 하겠는가. 그보다 더한 말도 할 것이며 나 자신도 북한군이 그런 상황에서 총을 겨누면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북 근거로 채무관계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도 “채무와 가정사를 말하는데 우리나라 힘든 사람들은 모두 월북하느냐”며 “빚이 있고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 월북한다는 게 말이 되나. 동생은 8년간 근무해온 국가공무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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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당국이 동생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동생은 북한의 북방한계선(NLL)으로 유입됐고 마지막 죽음의 직전까지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우리 군이 목격했다는 6시간 동안 (동생을) 살리려는 그 어떤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실종 사고를 접하고 제가 직접 해상수색에 돌입할 그 시간에 동생은 국가와 형이 충분히 구조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고 죽을 때는 국가와 형을 원망하며 마지막 눈과 가슴에는 조국을 담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숨진 이씨에 대한 첫 보고와 그의 사망 보고 사이에 6시간의 공백이 확인되면서 그 시간 동안 이씨를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언론과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군 당국은 숨진 이씨에 대한 최초 보고를 지난 22일 오후3시30분께 받은 뒤 6시간이 지난 오후9시40분께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보고를 추가로 받았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28일 군 당국은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이씨는 동생의 실종 이후 관계기관에서 그 어떤 언질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단 한 번도 정부와 유관기관 또는 그 어떤 사람으로부터도 전화를 받거나 연락받은 적 없다”며 “23일 통일부·국방부·합참에 문의했는데 서로 핑퐁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다가 마지막 두 군데서 알아보고 연락 주겠다 해놓고 지금도 연락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씨는 “동생의 표류 행적과 동선을 알고 싶고 당국의 정확한 설명과 함께 동생의 시신을 간절히 찾고 싶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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