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전쟁을 억제할 절대적인 힘을 가질 때만 진정한 평화를 수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김 대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제75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통해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는 어느 일방이 바란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한 “허리띠를 죄어가며 쟁취한 자위적 전쟁억제력이 있어 조선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이 굳건히 수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대사는 “공화국은 인민의 안전을 굳건히 담보할 수 있게 된 현실 위에서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며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존엄을 팔 수 없다는 발언은 경제적 보상을 대가로 자체 개발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사는 10분가량 진행한 연설에서 미국과 대한민국이란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미국의 적대정책을 열거하며 2018년 싱가포르에서의 6·12 공동성명 이행을 촉구했던 지난해와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당시 김 대사는 ‘남조선 당국’이란 단어와 함께 공격형 무기 반입이 남북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김 대사는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첨단 무기가 한반도에 투입되고 있다며 남측을 향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는 했다.
김 대사는 자력갱생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적 난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노동당 창당 75주년을 맞아 자력자강을 위한 위대한 창조물들이 마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로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지만, 자체 힘으로 빠른 시일 안에 인민에게 안정된 생활을 안겨주기 위한 힘찬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자세하게 소개해 주목받았다. 김 대사는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정치철학 이념으로 내세우는 공화국 정부의 선견지명 영도에 의해 방역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김정은 동지는 비범한 예지와 단호한 결단으로 전염병 유입과 전파를 막기 위한 선제적인 비상방역 대책을 강하게 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국 정부는 전염병 유입 위험성이 완전히 소실될 때까지 사소한 행위나 양보도 허용하지 않고 국가적 비상방역 조치들을 더욱 강화해서 인민과 국과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