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사흘 연속 300명대를 이어가면서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은 ‘K방역’도 무력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산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는 가운데 최근 확산세가 가장 빠른 서울 등 수도권도 거리두기 단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확진자는 3만17명으로 3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월20일 인천국제공항 환승 과정에서 처음 발견된 후 305일 만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이날 3명 늘어 누적 501명으로 500명을 돌파했다.
최근 확산세를 ‘3차 대유행’으로 인정하는 데 다소 보수적이었던 정부가 이날 입장을 바꾼 것은 수도권에서만 하루 확진자가 20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3차 대유행은 과거 1차(신천지), 2차(광복절집회) 대유행과 다르게 특정 집단이나 모임이 아닌 일상활동에서 소규모 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방역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노량진 임용고시 학원 집단감염 등이 발생한 서울은 물론 경기 안산시 수영장, 인천 남동구 가족 및 지인 모임 등에서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가 두자릿수로 발생했다. 또 충남 아산시 선문대학교, 경남 하동군 중학교 등에서도 생활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느슨한 방역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확진자 수가 줄어들자 섣불리 1단계로 거리두기를 완화해 시민들의 이동량이 늘어난 게 최근 대유행의 이유라는 지적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센터장은 “최근 양상은 1단계 상황에서 이동량이 많은 젊은 사람들이 대학 내 각종 모임에 가거나 유흥업소에 자유롭게 출입하면서 일상생활 전반에서 확진자가 퍼진 것”이라며 “확진자가 이처럼 늘어나면 어차피 자영업자들에게는 또다시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 센터장은 “이제라도 거리두기를 2단계로 조정하고 2~3주간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대유행 양상을 저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지적은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정부가 공개한 ‘이동량 변동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주 말(14~15일) 휴대폰 이동량은 수도권 3,489만건으로 추석 특별방역 기간이 끝나고 전국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되기 직전 주인 10월10~11일(3,304만8,000건)보다 8.6%나 늘었다.
정부 역시 거리두기 단계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수도권 환자 증가 추세가 진정되지 않고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200명에 도달하는 등 2단계 기준을 충족한다면 (1.5단계를 2주간 유지하지 않고) 격상을 검토할 것”이라며 “일상과 생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2단계 격상 없이 현재의 상황을 반전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