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전용 84㎡(30평형) 아파트 전세가가 20억원을 기록했다. 새 임대차법 이후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확산 되는 가운데 결국 30평대 아파트의 매매가도 아닌 전세가가 20억원을 찍은 것이다. 강남권 인기 아파트 단지의 전용 84㎡ 전세가가 18~19억원대에 속속 거래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20억원을 넘는 사례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비 강남권에서는 전용 84㎡ 전세가가 10억원을 훌쩍 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전세대책에서 발표한 호텔과 빌라 전셋집이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연일 홍보하고 있다.
<결국 30평형 전세가 20억 돌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달 15일,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3층)가 20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해당 평형의 직전 전세 거래가는 13억 9,000만원이었고, 보통 15~16억원 대에 거래가 이뤄져왔다. 불과 두 세 달 만에 전세가가 4~5억원 가량 껑충 뛴 것이다. 서울에서 전용 84㎡ 아파트 전세가가 20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거래가 나온 아크로리버파크는 국내 최초로 매매가 ‘평당 1억 원’을 돌파한 강남권의 대표 고가 단지다. 해당 단지 외의 강남권의 일부 인기 단지에서는 전세 신고가가 꾸준히 갱신되고 있다. 전용 84㎡도 20억원에 육박한 가격에 거래가 속속 체결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전세 20억 클럽’ 가입 사례는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전용 84.98㎡의 경우 지난 9월 20억원보다 1억원 낮은 19억원에 전세 거래된 바 있다.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3㎡도 지난 16일 11층 매물이 17억원에 거래됐고,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 전용 85㎡가 지난 10월 17억 7,500만원에 손바뀜됐다. 현재 이들 단지는 전용 84㎡ 평형의 호가가 20억원에 이르는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전세 20억 클럽’ 가입 사례가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비 강남권은 10억 클럽 속출>
비강남권에서는 전용 84㎡의 전세가 10억원을 넘어서는 거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입주한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은 지난 10월 전용 84.97㎡가 10억 2,000만원에 거래됐고 ‘마포래미안푸르지오1단지’에서도 전용 84.6㎡가 같은 달 10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비강남권 최초로 매매가 ‘20억 클럽’에 가입해 화제가 됐던 동작구 흑석동의 ‘아크로리버하임’도 이달 19일 전용 84.92㎡가 11억원에 전세 거래되며 1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세시장을 안정화하겠다며 정부가 지난 19일 전세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시장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전세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전히 전세 수요가 공급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 수급지수는 매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 전세 수급지수는 전세거래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0부터 200 사이의 숫자로 점수화한 지수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고, 100보다 높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주 전세 수급지수는 그 전주(131.1)보다 높아진 133.3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2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한편 정부는 지난 전세대책에서 나온 빌라·호텔 전셋집을 적극 예찬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1·19 전세대책에서 밝힌 11만 4,000가구 공급 계획과 관련해 “예년 수준을 넘는 주택공급이 이뤄져 주택시장과 전월세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 물량 확충을 통해 ‘대란’ 수준인 전월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2023년 이후가 되면 공급 물량이 상당히 많아진다”며 “2021년, 2022년의 수요를 질 좋은 주택 공급으로 분산시켜서 시장의 전월세 안정을 목표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