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과 제이크 설리번을 외교안보 투톱인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한 가운데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이란식 해법을 적용할지 관심이 모인다.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와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가 과거 나란히 ‘이란식 방법론’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그간 피력한 의견은 실무협상에서 시작하는 단계적 접근법, 지속적 외교, 협상을 위한 대북 제재 강화, 주변국과의 공조로 요약된다. 바이든 당선인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는 정상끼리 통 크게 합의를 보는 ‘톱다운’을 좋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방식이다.
블링컨 지명자는 지난 9월 미 CBS방송 대담 프로그램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과거 이란 핵합의 도출을 거론한 뒤 “나는 북한과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란식 해법에 관한 그의 생각은 트럼프-김정은의 첫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날인 2018년 6월 11일 뉴욕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이 기고문에서 ‘북한과 핵협상에서 최선의 모델은?’이라고 자문한 뒤 ‘이란’이라고 썼다.
2015년 7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억제와 국제 사찰을 대가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7개국과 유럽연합(EU)이 서명했다. 블링컨은 이 합의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리번 역시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프의 외교 총책으로 활동하던 시점인 2016년 5월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이란에 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트럼프 행정부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선(先) 핵폐기, 후(後) 경제보상’을 골자로 주장해 한때 주목받은 리비아식 해법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이란식 해법’이 회자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블링컨과 설리번은 경제 제재와 국제공조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낸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블링컨은 “한국, 일본과 같은 동맹과 긴밀히 협력하고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진정한 경제적 압력을 가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다양한 수입원과 자원 접근 통로를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설리번 역시 “북한을 진지한 협상장으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압박을 급격히 강화하는 것”이라며 “협상 이전에 이란에 부과된 국제적 제재가 일정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중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증가시키는 전략에 동참해야 한다”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중국을 움직여 북한을 압박해 협상장에 나오게 하고 핵포기를 이끌어낸다는 이들의 생각은 전통적인 워싱턴DC의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북한에게는 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많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은 풀을 뜯어먹으면서라도 버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한이 집중적인 핵실험을 벌여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블링컨은 CBS방송과 대담에서 “북핵문제는 많은 시간과 준비, 힘든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환상도 없다. 북한이 내일 무기 전부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이는 단계별로 진행해야 할 일이고,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외교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