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무슨 업무를 도와드릴까요?” “적금에 가입하고 싶은데요. 기간은 2년, 금액은 월 20만원 정도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고객님이 원하시는 상품을 찾아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은행 영업점을 찾았지만 맞은 편 상담 창구 너머에 은행 직원은 없다. 화면에 보이는 얼굴과 스피커 너머로 전해지는 목소리로 고객을 응대하는 시스템이다. 신한은행이 새롭게 도입한 ‘디지택트 브랜치’ 모습이다. 디지택트는 디지털(Digital)과 콘택트(Contact)의 합성어다.
신한은행이 24일 서울 서소문 지점에 시중은행 최초로 화상상담 시스템을 적용해 오픈한 미래형 혁신 점포 모델 디지택트 브랜치를 찾았다. 디지택트 브랜치에는 기존 창구를 일부 축소해 화상 상담실 2개를 설치했다. 상담실은 2평 남짓한 독립된 구조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상담 직원이 안내해주는 화면 및 직원과 고객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 테이블 위에는 디지털 서류를 확인하고 작성할 수 있는 터치패드, 비밀번호 입력 버튼, 신분증 및 인감 스캐너, 손바닥 정맥 인식 장치 등이 설치돼 있다.
상담실에 들어온 고객이 ‘예금·적금·청약 상담 및 신규’ ‘대출 상담(신용·전세·주택담보)’ 중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면 신한은행 본점에 위치한 디지털영업부 소속 직원이 상담을 시작한다. 적금 가입을 상담하자 영업점 경력 8년의 김미경 대리는 희망 가입 기간과 적립 금액에 맞는 상품으로 ‘신한주거래드림적금’을 제시했다. 이어서 우대금리 등을 설명하고, 터치패드 화면에 작성해야 할 서류를 띄웠다. 필수 항목을 기재하고 서명까지 마치자 자동이체 여부와 연결 계좌, 출금일 등을 물었고, 모든 확인을 마치자 상담실 내부에 비치된 프린터로 가입한 적금 상품의 통장 표지가 인쇄됐다. 모든 과정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의사소통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직원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서 볼륨을 높였을 뿐 마주 앉아 상담을 받는 것과 다름없었다.
디지털 환경이 진화하면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은 크게 줄었다.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대면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반면 금융 접근성이나 이해가 떨어지는 금융 취약 계층은 여전히 존재하고, 특정 업무는 아직까지 고객들이 영업점을 직접 찾을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변화하는 미래 상황에 대비해 디지택트 브랜치를 기획했다. 금융 접근성 확대를 통해 고객 중심 영업의 가치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다. 앞으로 어느 점포에나 2평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직원이 상시 대기하지 않더라도 고객이 방문해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동진 신한은행 채널전략부 대리는 “현재 파일럿 지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예·적금 신규 가입과 대출 상담 업무만 진행하고 있지만 내년 이후로는 은행에서 이뤄지는 모든 업무가 가능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택트 브랜치는 최근 금융 당국이 우려하는 은행 영업점 감소의 대안이 되는 동시에 고객과 은행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택트 브랜치는 소형 점포나 ATM 기기만 있는 무인화 점포 등에도 설치 가능해 고객의 접근성은 오히려 좋아질 수 있다. 상담 직원만 배치하면 은행 업무 시간 외 시간이나 연휴 기간 등에도 대면 업무와 마찬가지로 은행 업무가 가능해진다. 고정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기존 영업점의 크기를 축소해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고객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대면과 비대면 채널을 융합한 ‘디지택트 브랜치’는 금융 접근성 향상 및 새로운 고객 경험 제공이 가능한 미래형 혁신 점포 모델이 될 것”이라며 “고객중심 가치 제공을 위해 은행의 온·오프라인 채널 혁신을 통한 다양한 점포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