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국내 1호 라이브 커머스 쇼호스트 조정선입니다"

한경희생활과학 창업주 보고 영감 얻어 육아 중 새로운 커리어 모색

"라이브 커머스는 블루오션"…여성인력 유입 많아지길 기대


“제가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방송(이하 라방) 쇼호스트를 하는 이유를 아세요?”

국내 모바일 쇼호스트 1호 조정선씨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되레 물었다.

“제가 갑작스럽게 생긴 아이를 키우면서 주부로서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스팀다리미를 떠올려서 사업에 뛰어든 한경희 대표를 보고 크게 영감을 받았거든요. 라방을 하면서 주부들과 톡을 나누다 보니 우리나라에 말 잘하는 엄마들이 진짜 많더라고요. 그 분들이 이쪽으로 넘어오셔야 해요. 이제는 똑똑하고 많이 배운 전업주부들을 나오게 하고 싶은 것이 주부의 위치에서 라방 쇼호스트를 하는 진정한 이유에요.”



조 쇼호스트는 “엄마들이 한 달에 얼마도 좋고 돈 버는 재미를 느끼는 순간 아이를 키우는 데에서만 벗어나 자아실현을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며 “내 경우 아무래도 경제적 여유가 생기니 자신과 가족에 대한 투자 여지가 생기고 ‘아이의 인생이 내 인생’이라는 나를 묶고 있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일방향 강의 형태의 홈쇼핑 방송을 채팅이 곁들여진 쌍방향 소통의 아프리카TV 처럼 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홈쇼핑 쇼호스트의 꿈을 키워온 주부 조정선씨는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한 듯 대리 체험과 셀러와의 채팅으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능동적 쇼핑 즉 모바일 쇼핑이 대세가 될 것을 일찌감치 예측했다. 홈쇼핑 쇼호스트를 준비해 온 그는 과감히 그 꿈을 접고 2017년 9월 티몬TVON에서 뽑는 모바일 라방 쇼호스트에 지원, 국내 첫 모바일 쇼호스트 1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모바일 홈쇼핑을 뜻하는 라방은 이제 신선한 단어도 아니다. 웬만한 브랜드나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네이버, 개인 인스타방송 등이 모바일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아예 라이브 커머스를 전문으로 하는 ‘그립’이라는 스타트업까지 등장했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3월 네이버쇼핑 입점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판매자수는 10배, 콘텐츠 수는 12~13배까지 증가했다. 신세계도 지난 3월 영상 콘텐츠 제작사 ‘마인드마크’를 통해 라이브 커머스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3조원대로 예상된다. 2023년에는 10조원까지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휴대폰으로 물건을 판다고 했을 때 참 많이 무시당했죠. 그러나 시장 트렌드가 이제는 일방향(홈쇼핑)에서 쌍방향(모바일 채팅)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 지면서 홈쇼핑 쇼호스트들이 프리랜서를 선언하며 이탈하기 시작했어요. 이 시장은그야말로 블루오션이에요. 곧 홈쇼핑 업계에 엑소더스가 일어날지도 몰라요(웃음).” 라이프점프가 그를 만나봤다.

조정선 쇼호스트가 라이브방송을 통해 아기물티슈를 판매하고 있다.


-어떻게 모바일 쇼호스트를 하게 된 거지?

“쇼호스트 학원을 다녔다. 거기서 기저귀(쌍용제지의 ‘배피스’)를 팔 수 있는 아기엄마를 구한다는 티몬의 공고를 봤다. 티몬이 이커머스 가운에 가장 먼저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시도했다. 그들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 첫 방송은 기저귀 방송이었는데 내가 주부인 만큼 사용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보니 생각했던 매출보다 훨씬 잘 나왔고 채팅창의 반응도 뜨거웠다. 티몬이 모바일커머스 방송 여부를 결정하는 시험 방송이었는데 핫한 반응 덕분에 티몬이 전격적으로 모바일커머스 방송을 시작하게 된 시금석이 됐다. 그 이후부터 티몬TVON에서 200회 이상 방송을 해 오면서 네이버와 카카오TV도 라방을 시작했다. 기저귀를 시작으로 주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 분유부터 물티슈까지 모든 것을 섭렵했다.”

-현재는 육아에 집중된 방송을 하고 있다. 다음 스테이지가 기대되는데.

“아직까지는 아들 둘을 둔 엄마라 육아가 메인이다. 그러나 방송을 찾는 고객들이 나와 함께 육아를 하면서 그들의 관심사가 이제 아이에서 자신으로 조금씩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둘을 키운 경험치를 바탕으로 언택트 교육과 뷰티나 패션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지금은 인스타라이브가 가장 큰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라서 내 개인 채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인스타 계정은 1.1만에 불과하고 아직 커머스 보다는 홍보가 목적이다. 그러나 차츰 라이프스타일 컨슈머 방송으로 키운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오후 10시에 ‘정프라쇼’를 진행하고 있다. 엄마들과 소통하는 수다 마당이다.”

-쇼호스트가 꼭 되고 싶었던 건가.

“긴 이야기다(웃음). 원래는 수원여대 연극영화과를 들어갔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와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1학년 1학기 다니다가 자퇴를 하고 디지털서울문화 예술대에 재입학해서 피팅 모델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보험사 라이너 생명에서 텔레마케터도 해 보고 메트라이트와 지성회계법인에서 비서로도 일해 봤다.

그러면서 쇼호스트를 공채를 준비했다. 결국 나는 카메라 앞에 서야 하나란 생각이 들더라. 성격은 영업직인데 회사원은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월급이 똑같다는 한계가 있잖아. 영업이 잘 맞는데도 누구한테 무언가를 부탁하는 것도 싫고. 나의 유익을 위해 지인에게, 혹은 얼굴을 마주하며 무언가를 사라고 영업하는 것은 힘들고. 이 비대면 영업맨이 바로 쇼호스트라는 결론을 얻고 쇼호스트의 길로 뛰어 들었다.”





-해보니깐 어땠나. 재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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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는데 ‘그 사람’이 나를 보고 지갑을 연다는 것이 너무 흥미진진했다. ‘언니 뒤집어 보세요’ ‘흡수력 보여 주세요’ 고객들이 질문하면 함께 반응하고 적극 대응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꼈다. 특히 홈쇼핑 쇼호스트처럼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Q&A가 되는 모바일 방송은 무조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경우 쇼호스트 학원을 등록했는데 덜컥 임신을 하는 바람에 3년을 쉬웠다. 그 사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발성 발음 연습을 하게 됐고 아이에게 친근하고 쉽게 설명해 주면서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터득했지. 어쩔 수 없이 읽어 주는 동화책 읽는 시간이 방송을 위한 연습 시간이 된 셈이다. 육아야 말로 커리어를 쌓는 특훈이었다.”

-모바일 쇼호스트가 갖춰야 할 덕목 같은 것이 있을까. 뭐랄까 홈쇼핑과는 구분되는 것 같은데.

“모바일 쇼호스트는 너무 예쁠 필요가 없다. 옷을 입었을 때 맵시가 날 필요도 없다. 그건 모델이 입으면 되니까. 대신 옆집 언니 같아야 한다. 친근함이 생명이거든.

그런데 또 너무 특별해 보여도 안된다. 연예인 같은 것도 금물이다. 연예인에 대해서는 콩깍지가 있어서 진정성이 떨어지거든. 방송을 찾아 준 소비자들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서 대응하고 원활하게 소통하는 능력이 최우선 덕목이다. 모바일 쇼호스트는 평범함을 지향하는 나 같은 사람과 딱 맞다. 어디서든 ‘인터넷에서 물건 파는 정선 언니’로 남고 싶다. 라이브커머스의 문제는 지갑은 30대가 여는데 방송은 20대를 위해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대 브랜드도 30대가 산다. 20대 쇼호스트를 데려다 놓고 물건을 팔라고 하고 있으니 소비력이 있는 30대의 공감대를 얻기가 어려운 거다.”

라이브방송에서 블랙박스를 판매하고 있는 조정선 쇼호스트.


-정선씨가 낸 라방 가이드가 현재 모든 가방의 지침이 됐다고 하던데.

“국내 처음 모바일 라방 시장을 열면서 낸 아이디어들이 재미있게도 지금 모든 라방의 가이드 라인이 됐다. 방송 당시 채팅에 참여하는 소비자에게 적립금을 주며 채팅 참여를 유도한다거나 퀴즈를 통해 참여하는 재미를 제공하는 것부터 ‘구매했어요’라는 ‘구매인증’ 댓글 달기, 홈쇼핑처럼 ‘동시 3,000명 주문’ ‘매진’과 같은 주문 정보를 제공해 구매를 독려시키는 것 등이 매뉴얼처럼 쓰이고 있다.”

-코로나19 덕분에 커진 라이브 커머스의 매력은 무엇인가.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펼쳐지면서 라방은 이제 모든 브랜드의 필수불가결한 소통 방식이 됐다. 아무래도 물건 사러 오프라인에 나가지 못하니깐. 그러나 단순히 라방이 코로나19 덕분에 부상한 것은 아니다. 물건을 안 사면 뒤통수가 간지러운 ‘대면 쇼핑’ 보다 물어보고 안사도 되는 맘 편한 ‘온라인 비대면 쇼핑’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높은 자존감이 이 시장을 키운 거다.

‘샤넬 립스틱을 사고 싶다. 오늘은 매장에 가서 컬러만 보고 싶다. 그러나 직원이 붙어 서비스를 하면 안 사고 나가려니 뒤통수가 가렵고 미안하다. 온라인 상에서는 눈치 안보고 컬러를 하나하나 비교할 수도 있고 판매자한테 톡을 보내고 안사도 미안하거나 부끄럽지 않다. 심지어 샤넬이 어떤 브랜드에요라고 물어봐도 판매자가 내 얼굴을 몰라 부끄럽지 않다. 그러면서 톡을 주고 받고 수다를 떠니 재미있다.’

이것이 바로 라방 쇼핑의 매력이다. 그 재미가 이 시장을 키우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미래는 어떨까.

“간단하게 보면, 이제 상세 페이지가 없어지지 않을까. 거기에 나오는 얘기는 다들 광고라고 생각하니까. 상세 페이지를 사람들이 읽지 않게 되는 날이 곧 올 것 같다. 어쩌면 벌써 왔을 수도 있고. ‘에센스’, ‘세럼’ 제품이 몇 천 개인데 제품 설명에 대해서 꼼꼼히 읽는 젊은 층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가 읽는 시간에 다른 것 하면서 귀로 듣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거지. 예컨대 아모레퍼시픽에서 출시한 제품들이 궁금하면 홈페이지를 찾아 읽지 않고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로 들어가서 ‘아모레퍼시픽’을 치면 최근까지 한 VDO가 다 나온다. 시간을 들여 읽을 필요도 없어지는 거다. 결국 라이브 커머스, 보이스 커머스로 급속하게 이동하게 될 거다.“

-마지막으로 라방의 매출을 높이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을까.

“정답은 없다. 어떤 제품이냐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르다. 삼성전자가 라이브방송으로 삼성전자 팬들에게 많은 경험을 줬다. 라방에서는 다른 채널에 없는 혜택이 있어야 하는 게 핵심이디. 가격 할인 보다는 ‘한정판’ 혹은 ‘라방용 구즈’를 만드는 식이지. 동서 ‘맥심커피’의 레트로 잔이 나왔을 때 이 잔을 구하기 위해 커피 구매 행렬이 일어났던 것처럼 말이다. 화장품을 한다고 하면 이 방송만을 위한 한정판 파우치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혹은 시간을 정해놓고 ‘1시간 한정 판매’ 타이틀을 걸고 희소성을 높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디.”

그는 내년 상반기 쯤이면 그 동안 온라인 쇼핑 시장을 이끌어 왔던 ‘공동구매’ 시장도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이제는 1인 미디어 시대에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관종(관심종자)’ 들이 뜰 것이니까.’

/심희정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 yvette@sedaily.com

박해욱 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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