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백신 개발의 막후에서 일하는 인물은 과학자도, 의사도 아닌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사람인 빌 게이츠다.”
최근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 제약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과를 잇달아 발표하는 가운데 백신 개발을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을 지휘하고 지원하는 ‘막후’ 사령탑으로서 빌 게이츠(사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주목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그의 역할을 조명하는 장문의 기사를 통해 “그 자신과 그가 이끄는 빌앤드멀린다재단이 (코로나19) 사태에 핵심 역할을 하는 데 특별히 잘 준비돼 있다”고 평가했다.
게이츠는 1990년대 후반부터 각종 바이러스·전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백신 개발 투자에 매진했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훨씬 이전부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했다. 게이츠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부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제약사들과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이 시나리오(코로나19 관련)에 대해서도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게이츠는 올 초 중국 우한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기 시작한 직후인 2월 14일, 재단 관계자들과 모여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게이츠는 “‘코드 레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로부터 2주 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대표인 세스 버클리 대표가 게이츠를 만나기 위해 시애틀로 날아왔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유행을 ‘팬데믹’으로 명명한 지 이틀 뒤인 3월 13일, 게이츠는 화이자·존슨앤드존슨 등 12개 제약사 대표와 백신 개발을 위한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 NYT는 “자신이 지금껏 550억달러(약 61조1,500억원)를 투자하면서 전 세계 기관들과 협력해온 것이 바로 이때를 위해 준비해온 것이구나, 하고 그는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재단을 통해 백신 프로그램에 16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중 4분의 1은 세계백신면역연합에 지원됐다. 또 1억달러 기금을 투자해 국제 민간 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창설을 도왔다. 그는 세계 각국 지도자, 제약사 대표들과도 수시로 연락하면서 백신 개발 상황을 조율하는 ‘로비스트’ 역할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수시로 통화하며,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정계 대표들과도 상의하고 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그는 명성이 있고 평판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와도 즉각 연락이 닿을 수 있다”며 “이러한 팬데믹 상황에서는 특히 그가 정부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