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법인이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던 곳이 경기도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들어 법인이 내놓은 급매물을 개인이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는 ‘7·10대책’을 통해 법인 보유 주택에 강력한 세금을 매기면서 이들이 내놓는 급매물이 일대 아파트값을 하락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개인이 법인발(發) 급매물을 흡수하면서 정부의 ‘큰 그림’이 어그러지는 모양새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전국에서 개인이 법인으로부터 매입한 아파트는 총 1만8,511건이었다. 이 기간 법인→개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했다. 전국 아파트 거래 100건 가운데 6건은 개인이 법인으로부터 매입했다는 의미다. 앞서 상반기(4.2%)와 비교하면 2.3%포인트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기도에서 법인→ 개인 거래가 늘었다. 법인→개인 거래 비중이 올 상반기에는 3.6%에 불과했는데 하반기에는 6.3%로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원 권선구의 경우 올 7~10월 법인→개인 거래 비중이 22.4%에 달해 상반기(3.0%) 대비 급증했다. 하남(1.4%→15.8%), 평택(2.9%→11.4%) 또한 해당 거래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외에도 성남(10.8%→14.4%), 고양(4.7%→7.2%), 용인(2.4%→5.0%), 화성(5.4%→7.0%)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법인→개인 거래 비중이 증가했다.
이들 지역은 대체로 올해 초 법인 매수세가 거셌던 지역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수원 권선구에서 법인이 개인으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한 건수는 388건으로 전체 거래 유형의 8.8%를 차지했다. 평택(13.6%), 화성(10.8%), 용인(5.9%), 고양(5.0%) 등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는 법인의 주택 매입을 차단하기 위해 세금을 중과하는 등 각종 조치를 취했다. 법인의 취득세율을 강화하고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내에 위치한 주택을 2가구 이상 보유한 법인에 대해 종부세 최고세율인 6%를 적용하도록 했다. 정부는 법인의 부동산 거래를 옥죄면 급매물이 늘면서 아파트 가격을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각종 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한 법인들이 대거 매물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전국 전셋값이 급격히 오르는 등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30대를 중심으로 대거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서면서 개인이 법인 급매물을 소화한 것이다. 한 전문가는 “현재 상황대로라면 정부의 의도는 빗나갔다”며 “앞으로도 개인들이 법인 매물을 매수할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