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전날(26일) 오후 4시 청와대에서 왕 부장을 접견하고 코로나19 방역 협력, 한·중·일 정상회담 등 한·중 관계와 관련된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논했다. 이날 접견은 당초 예정됐던 30분을 훌쩍 넘겨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왕 부장이 전달한 시 주석의 구두메시지에는 “올해 들어 문 대통령님과 여러 차례 통화를 하고 서신을 주고받으며 깊이 소통하고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 특히 코로나19 방역협력과 양국 교류협력에서 세계를 선도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왕 부장이 문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특히 중국에 맞서 ‘동맹 복원’을 중시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내년 출범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왕 부장의 이번 방한을 두고 ‘미국에 대한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이번 접견에서 왕 부장은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각별히 강조했다. 왕 부장은 “지금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초청에 의해 한국을 방문해서 제 맞은편에 앉아 계시는 강경화 장관님과 회담을 진행했다”며 “이런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서 우리가 대(對) 한국관계에 대한 중시, 한국에 대한 중시, 그리고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완전히 이길 수 있는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은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세로 물 건너간 모양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12월 중국을 국빈 방문했지만 이에 대한 시 주석의 답방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왕 부장은 이날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지금 양측이 해야 하는 것은 방문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여건이 성숙하자마자 방문이 성사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방문의 여건’이 뜻하는 바를 묻자 왕 부장은 기자들이 쓴 마스크를 가리키면서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나”며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돼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왕 부장은 문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강경화 장관의 회담 결과에 대해 “풍부한 성과 거뒀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날 양측은 방역을 유지하면서 ‘신속통로(입국 절차 간소화)’나 항공편 확대 등을 통한 인적교류의 확대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왕 부장은 우리 정부가 구상한 ‘동북아방역보건협력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왕 부장을 향해 “일본을 방문하고 오셨지만, 코로나 위기와 유동적인 지역-국제 정세 속에서 한중일 3국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면서 “우리 정부는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한국이 의장국인 정상회의 개최를 지지한다”면서 “중국의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를 지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도쿄(2021년), 베이징(2022년)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을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도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면서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특별히 그동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건설적인 역할과 협력에 감사를 표한다”며 “우리 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왕 부장은 남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