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와 부동산 전문 운용사들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특히 헤지펀드 회사들은 사업 역량과 무관하게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함께 된서리를 맞자 PEF를 새로운 타개책으로 보고 있다. 제도가 개편되면 PEF 진출이 보다 수월할 것이라는 점 역시 이들이 움직이는 이유 중 하나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삼정KPMG 출신인 윤동찬 부대표를 PE 부문 총괄로 선임하는 조직 개편을 최근 단행했다. 알펜루트는 지난해 PEF 운용 자격을 획득했지만 올해 환매 중단 위기를 맞자 개점휴업 상태다. 마켓컬리·수원여객 등 알짜 자산을 매각한 알펜루트는 내년부턴 신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또 다른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이노스 역시 효성캐피탈 출신의 이병준 대표를 영입하고 PEF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라이노스는 최근 A2파트너스와 대림오토바이를, 아이젠인베스트먼트와 골프장 안성Q를 인수했다. 지난해 설정액이 1조원을 넘어선 DS자산운용도 올해 초 PEF 인가를 획득했다. 이와 함께 업계 선두권을 유지했던 몇몇 운용사들 역시 PEF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운용사들이 잇달아 PEF에 진출하는 이유는 본업인 헤지펀드 시장이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로 크게 위축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월 평균 9조원에 달했던 사모펀드 설정액은 올 들어 5조원으로 뚝 떨어졌다. 증권사와 은행들이 판매 자체를 거부하고 자산을 맡아주는 수탁회사들은 위험 부담을 이유로 수수료를 기존의 10배까지 올리자 수익성도 악화했다.
이들은 제도 개편 움직임 역시 눈여겨 보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재 경영참여형과 전문투자형(헤지펀드)으로 분리돼있는 규제를 일원화하는 한편 자금 조달 창구에 따라 기관과 개인으로 체계를 이원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존 운용사들의 신사업 진출은 지금보다 수월하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의 대표는 “내년에도 시장 상황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PEF로 눈을 돌리는 회사들이 많아질 것 같다”며 “다만 PEF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해 얼마나 양질의 인력을 수혈해 차별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를 원하는 부동산 전문 운용사들 역시 PEF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지난 8월 설립한 이지스투자파트너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안성Q 본입찰에 참여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대형 마스턴투자운용 사장은 최근 사재를 투입해 부동산 관련 회사에 지분 투자 등을 목적으로 한 PE인 SIG네트웍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마스턴운용의 투자·개발 사업과 시너지 도모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