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번 사태가 감찰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수사를 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수사중인 사안은 국정조사를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국정조사에는 야당도 참여하고 윤 총장에게도 공개 발언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역공의 장’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의 작심 발언으로 한 차례 곤란을 겪은 바 있다.
27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장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보다는 수사, 감찰을 우선 지켜보자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국정조사가 윤 총장 압박의 필수조건이 아니라 검찰의 재판부 불법 사찰 등 진상규명의 방법 중 하나기 때문이다. 이른바 ‘윤석열 국정조사’는 지난 25일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처음 제안하면서 수면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이 대표의 언급 이후 지도부나 여당 의원들의 추가 발언이 없었고 당 자체적으로 긴박하거나 구체적인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그러자 이 대표의 제안은 윤 총장 사퇴 결단을 촉구하는 차원인데 오히려 과잉 해석 되면서 판이 커진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당장 국정조사를 하겠다 말겠다 판단한 것은 아니다”며 “(윤 총장의 혐의가) 그런 정도의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기 위해 국정조사나 특별수사로 진상을 규명하자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도 “사안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급한 건 법무부의 징계절차를 신속하게 해나가는 것이다. (법무부가) 수사의뢰를 했고 수사나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선 국정조사를 못하게 돼 있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들을 종합할 때 민주당은 사실상 윤 총장의 국정조사를 접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 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국회가 조사해 확인하고 제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야당은 그렇게 심각한 문제마저 정쟁, 정치 게임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고 오히려 야당에게 비판의 날을 돌렸다. 여권 내에서는 윤 총장을 국정조사장 증언대에 세우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온다. 이미 여당이 직접 나서 법사위 전체회의에 윤 총장의 출석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조사라는 정치적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면 국정운영 부담과 동시에 검찰개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국정조사를 자신의 정당성과 추 장관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장으로 활용하면 오히려 여권이 역공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수사와 국정조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국정조사 언급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어 “굳이 우리(여권)가 윤 총장을 불러서 자리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나”라며 “윤 총장의 지지율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 국회가 직접나서 그 부담을 질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