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인 26일 저녁(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토요일 수천 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조지아에서 공화당 상원 의원 선거 후보인 데이비드 퍼듀와 켈리 레플러를 지원하기 위한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백악관이 날짜를 다음 달 5일로 정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조지아를 찾는다. 지난 22일 바이든 당선인 비서실장 지명자인 론 클레인은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을 50 대 50으로 만들기 위해 바이든 당선인이 두 상원 의원 후보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의 대결이 조지아에서 다시 이뤄지는 셈이다.
대선은 끝났지만 조지아에서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누가 상원 다수당이 되느냐를 가를 2석의 결선투표가 내년 1월 5일 치러지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 입장에서는 대규모 부양 정책과 증세 같은 핵심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상원 장악이 절실하다. 반면 공화당은 상원 과반을 차지하면 곳간 열쇠를 손에 쥘 수 있어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할 수 있다. 두 당이 사활을 걸고 조지아에서 총력전을 벌이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공화당이 다소 유리하다. 지금까지 공화당이 확보한 의석은 50석, 민주당은 48석이다. 두 석 중 한 자리만 공화당이 차지해도 상원의 주도권은 공화당으로 넘어간다. 조지아는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상위 2명이 재대결하도록 돼 있다. 정기선거에서는 퍼듀 공화당 후보가 49.7%를 얻어 존 오소프 민주당 후보를 1.8%포인트 앞섰다. 8만 8,000여 표 차이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했던 공화당원들의 표를 끌어모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게 퍼듀 후보 측의 시각이다.
지난해 12월 은퇴한 조니 아이잭슨 의원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특별선거에서는 20명가량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민주당 후보인 라파엘 워녹이 32.9%로 공화당 후보인 레플러(25.9%)를 크게 앞선 바 있다. 하지만 3위 후보였던 더그 콜린스(20%) 역시 공화당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물량 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전국의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바이든 당선인은 워녹과 오소프 후보의 승리를 위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10달러씩의 소액 기부를 요청하는 문자와 메일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워녹과 오소프는 공화당 후보보다 선거 광고에 더 많은 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에서는 1992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28년 만에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 후보가 조지아에서 승리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조지아를 직접 찾겠다고 한 것도 이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다. 민주당이 조지아 상원 2자리를 모두 얻으면 50 대 50으로 동률이 되지만 이 경우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공화당도 비상이 걸렸다. 20일 조지아를 방문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원 유세를 위해 추가로 조지아를 찾기로 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두 공화당 후보에 대한 지원을 내부적으로 지시한 상태다. 텍사스주 공화당 상원 의원인 테드 크루즈는 결선투표에 나서는 두 후보를 위해 1,000만 달러를 모금하고 있고 선거 전까지 지역 내 100만 가구를 방문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화당과 민주당 측은 내년 1월 초까지 약 1억 9,200만 달러의 TV와 라디오 광고를 예정한 상태다.
다만 공화당은 자중지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적지 않은 공화당원들이 두 상원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사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아의 주도인 애틀랜타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린 우드는 대선 때 사용된 개표기를 문제 삼으며 공화당원들에게 상원 결선투표를 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그는 “퍼듀와 레플러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나서지 않으면 1월 5일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꾸로 두 후보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사기 프레임을 적극 옹호할 경우 선거 시스템을 믿지 않으면서 표를 달라고 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퍼듀와 레플러는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선거를 조작한 투표 시스템을 믿어달라고 말해야 하는 꼴”이라며 “이것이 어려운 문제”라고 분석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