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러 견제" 결집 나선 바이든…EU "동맹 복원" 호응

'反민주주의 견제' 명분 앞세워

美 '국제무대 복귀' 대내외 과시

자유진영 정상들과 회의 열기로

EU도 '포스트 트럼프' 정책 제안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과 러시아 등 반(反)민주주의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정상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자유 진영 국가 정상들을 대거 미국으로 불러모음으로써 미국이 돌아왔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고 동맹을 통한 외교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유럽연합(EU)도 바이든 당선인의 내년 취임을 앞두고 중국 견제를 위해 미·EU 동맹 복원을 위한 제안서를 내놓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 등 반민주적 정치 풍토가 짙은 국가를 겨냥한 미국과 EU의 공동 행보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 시간)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후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 회의(Summit for Democracy)’를 열 예정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이 같은 구상을 밝힌 것은 지난봄이다. 그는 “세계 민주국가들이 모여 민주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국가들에 솔직하게 맞서며 공동 의제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선에서 승리한 만큼 이 회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취임 후 1년 이내에 회의가 열릴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화상회의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바이든 측근들 사이에서는 회의의 무게감을 위해 직접 참석이 가능할 때까지 행사를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흘러나온다.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 회의인 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초대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의의 핵심 목적 가운데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나라가 무너뜨리고 있는 민주적 가치의 옹호와 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폴리티코는 “러시아는 미국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경제력과 정치적 권위주의가 결합한 중국은 세계 민주주의에 더 큰 장기적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고 정상 회의에서 주요 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만 해도 홍콩 시위 탄압과 신장 위구르 자치 지역에서의 반인권적 행태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민주당 정부는 무역 합의 같은 경제적 이득을 대가로 중국의 인권 문제를 사실상 묵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와 180도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련기사



같은 맥락에서 북한과 벨라루스도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북한의 공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지만 독재자가 통치하고 전 세계에서 전체주의 국가에 가장 근접한 나라”라며 “부정선거 논란으로 정국이 혼란한 벨라루스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워싱턴 안팎에서는 정상 회의 초대 명단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어느 국가가 포함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해당 국가와의 우호 관계가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애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도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 가운데 하나로 중국을 견제하는 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는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되지만 최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정적과 언론·무슬림을 탄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폴리티코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민주국가라고 자부하는 인도조차 최근의 추세를 볼 때 명단에 들어 있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거꾸로 바이든 당선인의 초대 명부에 이름을 올리면 민주국가라는 면죄부를 손에 쥘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폴리티코는 “이 회의가 ‘민주주의 정상 회의(Summit of Democracy)’가 아닌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 회의’라는 점에서 초대 대상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전 세계의 변화를 위한 EU·미국 간 새 의제’라는 제목의 정책 제안서에서 중국의 위협에 맞서 미국과 새 ‘포스트 트럼프 동맹’을 제시했다고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다음 달 열릴 EU 정상 회의에 앞서 EU가 작성한 계획서 초안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기의 EU·미국 간 긴장 관계를 매듭짓고 중국의 도전에 맞서 양측이 새로운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초안에는 ‘폐쇄 경제 국가와 권위주의 정치 세력에 맞서기 위해 EU와 미국 간에 파트너십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전략적 도전에 대해 EU와 미국이 공동 대응할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