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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신흥증시' 굴레 못 벗어나면...외인 '2조 매도 폭탄' 또 맞는다

[MSCI지수 변경 때마다 외국인 '매물 몸살']

2년간 8차례 변경 당일 7조 매도

中본토 비중 늘어 앞으로도 팔듯

이스라엘 등도 '선진증시'에 포함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나서야

코스피 2거래일만에 다시 최고치




지난달 30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 시장 지수 내 한국 시장 비중 축소로 2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순매도가 나오면서 선진 지수 편입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MSCI 신흥 시장에 속해 있는 한국 증시는 최근 지수 조정 시기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들의 주식 매도로 몸살을 앓아왔다. 앞으로도 중국 본토 증시 비중 확대, 신규 신흥국들의 편입 증가 등으로 MSCI 신흥 시장 지수 내 한국의 입지가 기조적으로 줄어들 예정이어서 상대적으로 자금 유출입 충격이 덜한 MSCI 선진 시장으로의 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삼성증권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8번의 MSCI 지수 조정 당일에만 총 6조 8,420억 원의 외국인 순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왔다. 세계 최대 민간 지수 사업자인 MSCI는 2월·5월·8월·11월 말 등 1년에 총 4번의 지수 변경을 통해 각국 증시의 지수 편입 비중을 조정(리밸런싱)한다. MSCI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는 지난 6월 말 기준 12조 달러에 달하고 이 중 신흥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는 1조 3,040억 달러다.

지난달 30일 MSCI 신흥 시장 지수 내에서 인도 증시의 비중이 확대되고 쿠웨이트 증시가 신규로 포함되면서 한국의 비중은 기존 12.83%에서 12.53%로 0.3%포인트 줄었다. 이로 인해 당일에만 2조 4,000억 원의 외국인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수 내 비중이 줄게 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들은 기계적으로 주식을 팔기 때문이다. 2019년 이후 총 8차례의 정기 변경에서 한국 증시는 한 번을 제외하고는 비중이 줄었고 매번 매물이 쏟아져나왔다. 지난해를 통틀어 코스피 시장 기준 외국인 일간 순매도 상위 1·2위를 기록했던 11월 26일(8,575억 원)과 5월 28일(7,188억 원)은 MSCI 지수 조정일이었다. 당시 중국 본토(A주) 증시 비중이 확대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가 신규로 편입되는 등의 요인으로 MSCI 신흥 시장 지수 내 한국 비중이 각각 0.47%포인트, 0.5%포인트 줄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18년 처음으로 MSCI 신흥 시장 지수에 편입된 중국 본토 증시가 향후 10년간 꾸준히 확대될 예정이어서 갈수록 한국 증시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A주는 중국 정부의 금융 규제 때문에 포함 비율을 제한받고 있지만 앞으로 단계적으로 풀릴 예정이다. 게다가 다른 신흥국들도 속속 이 지수에 편입되고 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자본시장 규제가 없어지면 신흥 시장 지수 비중이 현재 44%에서 63%까지 올라가고, 한국은 13%에서 7%까지 내려갈 것으로 추산된다”며 “MSCI 신흥 시장에 머무르면 국내 증시는 향후 10년간 수급 악재에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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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진폭이 큰 변동성, 낮은 밸류에이션 등도 신흥 시장 지수 편입의 단점으로 제기된다. 경제 위기 때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으로 여겨지는 신흥 시장 자금부터 급격히 회수해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 MSCI 선진 시장 지수의 경우 평균 주가수익배율(PER)이 20배인 반면 신흥 시장 지수는 14배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낮추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선진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을 고려해도 현 상황이 걸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MSCI 선진 시장에는 이스라엘·홍콩·뉴질랜드 등 시가총액이 한국보다 작거나 금융 규제가 많은 국가도 포함돼 있다.

갈수록 글로벌 인덱스 펀드 자금이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이 주요 지수인 MSCI 내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차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선진 지수 편입은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게 국내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MSCI 측이 한국을 선진 시장으로 올려주지 않는 주된 이유로 원화의 역외 환시장 부재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역외 현물환 시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한국 환시장이 닫혀 있을 때 원화는 차액 결제 선물(NDF)을 통한 환 헤지만 가능하다. 2008~2013년 선진 시장으로의 승격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외환 문제로 불발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외환 위기를 겪었던 우리 정부가 외환 규제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MSCI 시장 승격과 관련한 정책을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폭풍에서 벗어나 1.66% 상승한 2,634.25를 기록하며 2거래일 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일 사상 최대 규모의 매수에 나섰던 개인이 3,428억 원어치를 팔았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674억 원, 728억 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다만 전날 기록한 장중 최고치(2,648.66)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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