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관피아 전성시대

김현진 금융부 기자




“업계를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기본적으로 업계 출신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김광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추대됐을 당시 김태영 전 은행연합회장은 그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광수 연합회장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정확히 그는 제27회 행정고시 합격 후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 등을 거치며 약 30년간 공직 생활을 한 ‘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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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마피아)가 금융협회장 자리를 점령했다. 손해보험협회장에는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생명보험협회장에는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희수 전 보험연수원장이 선임됐다. 이 밖에도 SGI서울보증보험 대표에는 유광열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올랐고 한국거래소 차기 이사장으로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추대되는 등 관료 출신들의 승승장구가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항만 업계 재취업이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당시 금융협회 회장직은 대부분 민간 출신으로 채워졌지만 현재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강화되는 규제 속에서 금융 당국이나 정치권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힘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관피아·정피아 입장에서는 현직에서 물러난 후 고액 보수의 좋은 자리를 제공받는 만큼 서로에게 ‘윈윈’이기 때문이다. 규제가 강한 금융업 특성상 방패막이가 중요할 수 있지만 관피아·정피아의 독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정부가 금융을 지배하는 관치 금융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으며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 출신이 요직에서 밀려나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의연대는 “관피아들이 금융권에서 자리를 챙기는 대신 대(對)정부 로비를 벌여 해결사가 되는 부당한 거래는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즉각 중단돼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관 출신이라고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무기로 한 ‘진짜 업계 출신’ 협회장들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stari@sedaily.com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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