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국정과제 최선 다했을 뿐인데..." 충격의 산업부

국장급 등 공무원 2명 구속되자

"일 손에 안잡혀" 극도로 몸사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경제성 평가와 관련한 자료 삭제에 관여한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등 2명의 공무원이 구속되자 휴일에도 일부 출근한 산업부 공무원들은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혹독했던 감사원의 탈원전 감사 과정을 지켜본 직원들 사이에서는 “적극 행정은커녕 누가 일을 하겠느냐”는 자조 섞인 항변들이 많았다.

산업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총론으로 보면 이번 사안은 대통령 공약과 국정 과제 이행에 관한 것이고, 실무진은 윗선의 지시에 따라 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려 한 것뿐”이라며 “‘자료 삭제’만 부각하는 것은 가혹해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자료 삭제에 대한 검찰 수사가 현실을 애써 무시한 채 과도하게 진행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산업부의 한 공무원은 “장·차관에게까지 올라가는 보고 자료는 보고 직전까지 수정이 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해 복수로 만들어둔다”면서 “실제 보고한 문서가 아니면 큰 의미가 없는 자료인데도 폐기할 자료를 삭제한 것까지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소연했다.

관련기사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을 두고 고강도 감찰에 더해 압수 수색과 구속 수사까지 이어지자 업무에 회의감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 특히 구속된 A 국장은 산업부 내에서 적극적인 일 처리로 능력을 인정받고 후배들의 신망도 두터운데 논란이 많은 원전 업무를 맡았다가 철창 신세까지 지게 돼 주변의 안타까움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부 자원정책실 관계자들은 ‘일이 손에 안 잡힌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논란이 큰 전기 요금 체계 개편을 맡고 있는 전력 산업 분야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은 ‘작은 것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낫다’는 조언들이 많다”고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국정 과제인 ‘탈원전’을 추진하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구속돼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등 정부세종청사 전반에 ‘변양호 신드롬(공무원이 책임질 사안은 회피하는 현상)’이 급속히 번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소속 부처를 언급하지 말아 달라는 한 서기관은 “정권 임기가 사실상 1년 정도 남은 셈인데 누가 민감한 결정을 하려 들겠느냐”면서 “곤란한 일은 일단 윗선으로 미루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김우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