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약세 현상이 이어지며 신흥국 자산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주식시장 전반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에 최근 열흘 새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장기투자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6일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3일까지 10거래일 간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 상장지수펀드(ETF)에 총 5억4,792억달러(약 6,000억 원)가 순 유입됐다. 연초 이후 이 ETF에는 총 6억 604억 달러가 순 유입됐는데 대부분 최근 들어온 자금이다.
단기간 이 같은 자금이 몰린 것은 2000년 5월 펀드 설정 이후 처음이라는 게 분석도 있다. 앞서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시기는 2018년 12월이다. 당시 10일부터 21일까지 10거래일간 총 3억9,445억달러(약 4,300억 원)이 들어왔다.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ETF로 한국 증시 전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이 ETF가 담고 있는 포트폴리오(3일 기준)를 보면 삼성전자(005930) 22.46%, SK하이닉스(000660) 6.15%, LG화학(051910) 3.99%, 네이버 3.58%, 셀트리온(068270) 3.38% 등의 비중으로 구성돼있다. 펀드의 총 자산은 66억 달러(약 7조 원) 규모다.
이 같이 한국 인덱스를 추종하는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건 외국인이 한국 증시 전반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즉 특정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형’이 아니라 시장 지수를 전반을 사들이는 ‘인덱스형’에 투자하는 현상은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 ETF로의 자금 유입이 중요한 이유는 특정 섹터나 종목뿐만 아니라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패시브 투자’ 시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에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패시브 시장에서 한국 선호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볼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