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은행 '명퇴시즌' 돌입…농협은행 503명 떠난다

지난해보다 신청자 41% 늘어

SC제일은행도 수십명 퇴직 신청

코로나로 비대면화·점포 감축 가속

올 희망퇴직 규모 예년보다 클 듯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의 희망퇴직이 본격화되고 있다. 매년 정례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희망퇴직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점쳐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 금융이 자리 잡은 데다가 점포 수도 빠르게 줄어든 탓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지난달 30일까지 진행한 특별 퇴직에 직원 총 503명이 신청했다. 지난해(356명)보다 41%(147명)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특별 퇴직의 주 대상자는 만 56세(1964년생) 직원으로 월평균 임금의 28개월 치를 퇴직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10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 직원 중 명예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출생 연도에 따라 퇴직금이 차등 지급된다. 1965년생과 1966년생은 각각 35개월·37개월 치 임금을 퇴직금으로 받게 된다. 3급 이상 직원 중 1967∼1970년생은 39개월 치 월평균 임금, 1971∼1980년생은 20개월 치 임금이 각각 특별 퇴직금으로 지급된다. 지난해 만 56세 직원에게 월평균 임금 28개월 치, 10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직원에게 20개월 치를 일괄 지급한 데 비해 올해 보상이 대폭 늘어난 셈이다.

농협은행은 명퇴자를 대상으로 퇴직금 외에 ‘전직 지원금’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만 56세 직원은 전직 지원금 4,000만 원과 농산물 상품권 1,000만 원을, 만 48∼55세 직원은 농산물 상품권 1,000만 원을 준다.


지난 2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한 SC제일은행 역시 수십 명이 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SC제일은행은 상무보 이하 전 직급 중 만 10년 이상 근무한 만 55세 이하 행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명예퇴직금은 최대 38개월 치 임금을 내걸었다. 올해 퇴직 대상자에게는 취업 장려금 2,000만 원, 자녀 1인당 학자금 1,000만 원씩 최대 2명을 지원한다.

관련기사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노사 합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내 희망퇴직 신청 공고를 낼 예정이다. 통상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은 모두 특별 퇴직을 정례화하고 매년 12월∼이듬해 1월에 직원을 내보냈다. 은행들은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급속한 디지털화에 따라 몸집을 줄이는 차원에서 특별 퇴직을 실시했다. 수년간 주요 은행이 연평균 1조 원에 달하는 퇴직금 지급을 불사하며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한 끝에 지난해에는 국민·농협·하나은행 등이 전년보다 특별 퇴직금을 축소하며 감원 속도 조절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화와 점포 감축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올해 대규모 희망퇴직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SC제일은행과 농협은행의 국내 점포는 2017년 6월 말 대비 올해 6월 기준 모두 29곳씩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역시 총 241곳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초저금리와 디지털 금융 경쟁 격화 속에 인건비를 줄이고 판매관리비 상승률을 억제하는 것은 모든 은행이 당면한 생존 과제”라며 “단기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더라도 인력을 구조 조정하고 조직 활력을 높이는 게 은행권의 목표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카카오뱅크와 비교할 때 시중은행은 막대한 인건비, 점포 유지비 등으로 비용 감축이 불가피하다”며 “디지털 추세가 강화하면서 강제 구조 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희망퇴직을 늘리고 신입 행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여 나가는 현상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지영·빈난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