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첨단학과·학생 중심 스마트캠퍼스로 코로나 위기 돌파할것"

[서경이 만난 사람] 정진택 고려대학교 총장

반도체공학 등 7개 학과, 내년 신입생 첫 입학

학과 벽 허물고 융복합중심대학 진전 가장 보람 커

캠퍼스 내 데이터 학생들이 활용하는 리빙랩 추진

K바이오캠퍼스·국내 첫 민간병원 감염연구소 설립

대학재정 빨간불...기술사업화, 창업으로 극복 노력

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호재기자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호재기자



“내년 3월 반도체공학과의 첫 신입생이 입학합니다. 미래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SK하이닉스와 함께 만든 계약학과입니다. 학생 전원이 장학금을 받고 학과 운영비도 SK하이닉스가 지원하지요. 좋은 학생들이 찾아와 기대가 큽니다.”

4차 산업혁명 본격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활성화되면서 대학 교육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기존의 학과 체계로는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한편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코로나19는 강의실을 찾아야만 했던 전통적인 수업 방식을 무너뜨리고 본격적인 비대면 강의 시대를 열었다.


최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총장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정진택(사진) 고대 총장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첨단 학과 신설에 성공한 것이 지난 임기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라며 “단순히 새로운 학과를 만들었다는 것보다 전공·학과의 벽을 허물고 유연해지는 계기가 됐다. 또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부터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에 첨단 학과 7곳이 첫 운영에 들어가는 것을 포함해 ‘공급자 중심(대학)’에서 ‘수요자 중심(학생)’ 캠퍼스로의 본격적인 변화를 시작했다. 안정적인 학사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있다. 고려대 역사상 첫 공과대학 출신 총장으로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는 그에게 고대의 미래 비전과 함께 코로나 시대에 국내 대학이 직면한 고민과 해법을 들어 봤다. /대담=김정곤 사회부장 mckids@sedaily.com

고려대 서울캠퍼스는 반도체공학과와 데이터과학과·스마트보안학부·융합에너지공학과 등 총 4개 학과가 신설돼 내년부터 첫 운영에 들어간다. 세종캠퍼스도 스마트도시학부·미래모빌리티학과·지능형반도체공학과 등이 신입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정 총장은 “교육부에서 결원을 편입생으로 뽑는 대신 해당 인원의 절반을 신입생 정원으로 바꿀 기회를 줬다. 하지만 교수도 이동하고 기존 학과 정원 감축도 불가피해 잡기 쉬운 기회는 아니었다”며 “학내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대학이 새로운 변화를 맞을 준비가 됐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밝혔다.

공감대가 형성된 배경에는 115년 역사의 고려대도 불확실성에 맞서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정 총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명문대로서 느끼는 위기감이 컸다. 몸집이 작은 학교가 오히려 빨리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누가 먼저 아이디어 내고 빨리 실행하는지에 따라 순위가 바뀐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장은 ‘수요자 중심’으로 얼마나 빨리 변화하는지가 미래 대학의 주요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교육 방식이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그는 “사이버대학이 아닌 일반 대학에서도 온라인 강의의 일상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해외 유수 대학의 명강의를 집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날도 머지않은 셈”이라며 “이는 곧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뜻한다. 단순히 위기로 받아들이기보다 ICT를 활용해 위기에 대처하고 이를 넘어 적응, 발전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ICT 활용의 대표적 사례로 ‘플립드 클래스(거꾸로 학습)’를 들었다. 그는 “강의를 온라인으로 선행하고 강의실에서는 교수와 토론하는 ‘거꾸로 학습’이 예가 될 수 있다”며 “지금까지의 교육 방식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복습에 기댈 수밖에 없었지만 ICT 활성화로 이전과 다른 교육 환경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수들의 역량도 단순히 ‘지식을 잘 가르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온라인을 기존 대면 수업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접목하는지’를 중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정진택 고려대 총장


정 총장은 임기 후반기 역점 사업 중 하나로 고려대 캠퍼스를 구성원 참여형 스마트 캠퍼스, 즉 리빙 랩 형태로 만드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학습 관리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사태 때 비대면 강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더는 계기가 됐다”며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지난 11월 ‘스마트캠퍼스추진단’을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스마트캠퍼스추진단은 앞으로 2년간 교내 각 부처에 산재한 데이터들을 통합하고 캠퍼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추진단은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활동한 고려대 ‘ICT/IoT 캠퍼스위원회’의 연장선이다. 앞서 위원회는 시범적으로 SK미래관에 사물인터넷(IoT) 설비와 데이터 허브를 구축하고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수강 신청을 돕는 ‘AI 선배’ 등을 만들었다. 정 총장은 스마트캠퍼스추진단에 대해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신분증과 캠퍼스의 셔틀버스·킥보드 등 운송 수단을 조합해 이동 문제를 개선하고 공기 질을 측정한 IoT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이어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것이 기본이므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도 모색하고 있다”며 “앞으로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직접 활용하며 스마트캠퍼스를 최적화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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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대학 재정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저임금 인상, 입학금 폐지, 등록금 동결에 더해 대면 접촉까지 제한되며 기부금 모집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 총장은 “대학이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취할 수 있는 노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기술 사업화’ ‘창업 활성화’ 등으로 재정난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은 교육과 연구 중심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술 사업화를 통한 가치 창출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며 “고려대도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여러 스타트업을 양성하고 있다. 넥스트 유니콘 기업만 되더라도 1,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갖는 만큼 학교 재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초기 창업 패키지 지원 사업에 선정돼 지난해에 이어 오는 2022년까지 약 70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고려대 기술지주회사의 유상증자를 바탕으로 바이오 TIPS 프로그램 선정, 기술사업화촉진펀드, 소셜임팩트펀드, 교직원 참여 개인엔젤투자조합 결성 등을 통해 총 204억 원의 투자 재원 및 기반을 마련했다. 정 총장은 “중기부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 실험실 특화형 창업 선도 대학 등 창업 관련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며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한 탄탄한 밑거름을 다진 상태”라고 말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정진택 고려대 총장


실제 바이오 분야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 의료기술지주회사가 투자한 항체 신약 개발 업체 뉴라클사이언스는 내년에 기술성 평가에 도전하고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뉴라클사이언스는 고려대 의과대학에서 과학재단 설립을 목표로 했던 성재영 교수가 창업한 회사다. 또 고려대는 정릉에 K바이오캠퍼스와 함께 국내 민간 병원의 첫 감염병연구소를 조성하고 있다. 정 총장은 “고려대는 이호왕 명예교수가 1976년 한탄 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하고 백신을 개발했을 정도로 감염병 연구의 역사가 깊다”며 “정릉에 조성 중인 캠퍼스를 전진기지로 삼아 감염병·백신에 집중 투자하고 성과를 내려 한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부지런히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정 총장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위기는 고등 교육을 둘러싼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첨단 산업 분야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부 과정에서부터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꾸준히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재 양성을 위해 기존의 전임 교수 외에도 지속해서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을 교수로 초빙하는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불확실한 경제 여건 속에서 대학의 교육·연구 환경을 지속하려면 기부금 모금 활성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일본의 경우 사립대학도 교원 인건비의 50%를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대학을 양성한다. 미국은 기부 문화가 활성화돼 있다”며 “우리의 경우 사립대학에 대한 경상비 지원은 전무한데 정부 지원과 함께 제3자가 대학을 돕는 방법도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학 차원에서는 기부자의 이익, 이미지 제고를 통해 참여를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도 기부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전향적으로 늘려 기부 문화 조성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리=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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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대구 △1979년 성남고 △1983년 고대 기계공학과 △1985년 고대 기계공학 석사 △1992년 미네소타대 기계공학 박사 △1993년 고대 기계공학과 교수 △2008년 고대 교수학습개발원(CTL) 원장 △2009년 고대 대외협력처장 △2016년 고대 공과대 학장 겸 공과대학원장, 테크노콤플렉스 원장 △ 2017년 고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2019년~ 제20대 고대 총장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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