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4일 “내년 1월 20일로 예정된 취임식은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탓에 화상 방식에 가까울 것”이라며 “대부분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한 8월의 민주당 전당대회 때와 비슷한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당선인은 백악관 주변에서 열리는 대규모 취임 퍼레이드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미국인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축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의 코로나19 환자 증가세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현재 신규 확진자만 22만 7,885명이며 최근 1주일간 평균 신규 확진자는 18만 2,633명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조만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앞으로 2~3주가 큰 고비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추수감사절 여행과 가족 모임, 겨울철 실내 친목 모임 등의 여파로 코로나19가 2∼3주 뒤 급증한 뒤 크리스마스 연휴 시즌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재확산에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경제적 타격도 커지고 있다. 앞서 미 노동부는 11월 비농업 분야의 일자리가 24만 5,000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46만 개)의 절반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면서 지역별로 부분적인 봉쇄 조치(록다운)와 영업시간 제한이 이뤄지고 소비가 줄면서 일자리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초 더블딥(이중 침체)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바이든 당선인은 고용 보고서를 두고 “암울하다”며 “우리가 현대사에서 최악의 경제 위기와 일자리 위기 중 하나의 한복판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상황은 긴급한 대응책을 요구한다”며 “나는 (초당파 의원들이 제시한) 9,080억 달러(약 986조 원) 규모의 부양책에 고무됐다. 의회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9,080억 달러 규모의 지원책이 통과되더라도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입장 또한 재확인했다. 내년 1월에 추가 부양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 끔찍한 고용 보고서는 우리가 암흑의 겨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당초 2조 2,000억 달러의 대형 부양책을 요구했던 민주당은 9,080억 달러 수준으로 눈높이를 낮춰 공화당과의 합의 가능성을 높였다. 5,000억 달러를 제시했던 공화당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만 내년 1월의 추가 부양책에 공화당이 순순히 응할지는 미지수다. 상원 다수당을 결정할 내년 1월 5일의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 결과도 변수다.
이와 별도로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을 공식적으로 확보했다. AP통신에 따르면 4일 캘리포니아주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인증하고 55명의 선거인단을 선출했다. 이로써 바이든은 총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매직넘버’인 270명을 넘겼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