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누더기 세제(稅制), 부동산 시장의 붕괴

구정모 대만 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

주거 안정에 대한 보편적 욕구와

수요·공급 시장 논리 외면한 정책

집 사지도 팔지도 보유도 못하게해

재정적자 메우기 용...고통은 국민 몫

구정모 대만 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구정모 대만 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 국민이 힘들었던 한 해였다. 하지만 국민에게 더욱 고통을 안겨준 것은 정책 실패로 인한 정부의 헛발질이다. 침체한 실물 경기뿐 아니라 자산 시장에서의 괴리는 국민에게 절망감과 박탈감, 세 부담을 안겨줬다. 땜질 처방식의 부동산 대책은 세제를 누더기로 만들었고 그 고통은 국민에게 전가됐다.

문재인 정부는 스물네 번의 부동산 대책을 시행했다. 세제와 관련해서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취득세·양도세 등 거래세 등을 전방위적으로 올렸다. 재산세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 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르면 공동주택·단독주택·토지의 현실화율은 8~15년에 걸쳐 90%로 제고할 예정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과표와 관련된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오는 2022년 공시 가격의 100%로 맞춰지고 세율도 인상돼 보유세 부담이 점차 커질 예정이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는가. 오히려 폭등했다. 공급 대책이 부족한 부동산 규제는 잠재적 주택 수요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해 ‘영끌’ 매수를 유도했다. 지난 3년여에 걸친 대책으로 인한 조세 부담과 대출 규제로 시장은 망가졌다. 실수요자에게는 절망을, 보유자에게는 세금 폭탄을, 세입자에게는 전월세 인상을 안겨줬다. 시장은 혼란 속에서 패닉 매수와 버티기로 인한 거래절벽 속에 붕괴했다. 신혼부부들은 줄을 서서 전셋집을 구하러 다녀야 하며 경제부총리도 전셋집을 새로 알아봐야 하는 촌극마저 일어났다. 아니함만 못한 정책 실패다.


왜 이렇게까지 됐나. 주거 안정에 대한 국민의 보편적인 욕구, 수요 공급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 논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규제로만 집값을 잡겠다는 무식한 발상이 원인이다. 아파트 공급은 놓아둔 채 수요 억제책을 위한 ‘징벌적 과세’와 ‘대출 틀어막기’의 결과를 보자. 집값 상승, 추가 대책, 불안함에 따른 영끌 매수는 집값의 추가 상승을 부른다. 말릴수록 빠져드는 로미오·줄리엣 신드롬 악순환의 고리, 잘못된 정책의 교과서적인 사례를 남겼다.

관련기사



더 우려되는 것은 누더기가 된 세제와 시장의 붕괴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취득세·양도세 등 거래세를 동시에 강화해 집을 사지도, 팔지도, 가지고 있지도 못하게 했다. 공시 가격의 현실화도 세금 폭탄이 돼 부동산 취득·보유 및 거래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과세에는 과세의 논리가 있고 법칙이 있다. 부동산 시장을 마비시키고 거래절벽을 초래하는 극단적인 조세정책은 과세 원칙에도, 경제원칙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고용안정지원금 등 또 다른 정책 실패로 인해 누적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공시지가를 현실화하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함으로써 세제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

더구나 정책 실패에 따른 부담을 만회하기 위해 정책에 정치 논리가 개입됐다. 특정 지역 및 특정 계층을 겨냥한 표적 증세, 징벌적 과세에 대한 정치적 논리는 우리 세제의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효율성을 왜곡시킬 것이다. 세제의 중립성 원칙이 훼손되고 지속 가능성도 없는 전대미문의 누더기 세제가 되고 말았다. 부동산 가격 폭등, 누더기 세제로 인한 국민의 고통, 영끌 매수를 위한 가계 부채 증가라는 뇌관은 고스란히 국민이 몫이다.

부동산 문제는 수급 불균형에 있다. 시장 원리에 근거해 대책을 마련하고 정치적 논리를 지양하며 조세정책의 정상화, 조세제도의 순기능화가 이루어져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세제가 누더기가 되고 시장이 붕괴하는 데 고작 3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세제나 시장의 정상화에는 몇 배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참으로 암담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