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주한미군 전력에까지 영향…진퇴양난의 韓 샌드위치 외교

[美의회 "中 5G 쓰는 나라에 미군파병 재고"]

군사장비 배치 제한 등 나서

"美 편에 서라" 강력 메시지

"5G 협력하자" 中도 압박

'習 조기방한 추진' 靑 곤혹




미국 의회가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5G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에 자국 군대의 해외 배치를 제한하는 법안까지 밀어붙이며 ‘주한 미군’에 상당한 전력을 의존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강력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별개로 미국 의회 차원의 규제가 추진되면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신속한 선택을 강요받는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개정을 추진하는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은 중국 업체의 5G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에 자국 군대와 주요 군사 장비를 배치하는 것을 ‘재고(reconsider)’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이 핵심이다.

법안은 특히 중국의 대표적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ZTE의 위험을 직접 거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동통신사 중에서 LG유플러스가 이미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한 미군이 미국의 새로운 국방수권법 영향권 아래 놓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주한 미군에 배치되거나 국내에서 전개되는 주요 미군 장비들의 재배치 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다.

관련기사



외교가에서는 미국과의 ‘안보 동맹’과 중국과의 ‘무역 파트너’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우리의 외교 전략이 결국 한계에 부딪혔다는 진단이 나온다. 주한 미군 문제는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주한 미군 전력에까지 미중 갈등 이슈가 파고들 경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적 답안지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은 현재 2만 8,500명에 달하며 우리 군은 특히 정찰 능력 등에 있어서 미군 전력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외교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 의회가 추진하는 국방수권법에는 주한 미군 주둔 규모를 감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이 문제가 주한 미군 철수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군사 장비의 배치나 주요 군사 전력의 한반도 전개 등에 있어 사전에 까다로운 심사를 받아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처할 수는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맞서 중국 역시 우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싱하이밍 주중 대사는 앞서 지난달 18일 중국 대사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한중 사이에 민감한 현안인 ‘5G 네트워크’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클린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말고 협력 관계를 유지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지난달 말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역시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미국 일방주의를 경계했다.

미중 갈등이 이처럼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을 추진하는 청와대와 외교부의 입장도 점차 곤혹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편에 서라’는 미국의 거센 압박이 이어지고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수출 시장의 버팀목이 돼주는 중국을 외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외교부는 “금번 미 의회의 국방수권법안 입법 동향을 포함해 한미 국방 당국은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인엽·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