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밀어붙이는 법안들은 하나같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독소 조항을 담고 있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비토권을 무력화했을 뿐 아니라 공수처 검사의 자격 요건까지 완화해 정권 코드에 맞는 변호사들을 대거 기용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에 근거가 없고 입법·행정·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괴물’을 만들어 대통령 휘하에 두겠다는 발상이다. 공수처는 ‘수사 이첩 요청권’을 통해 검찰이 수사 중인 권력 비리 사건을 가져다가 덮어버리는 정권 친위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대북 전단 금지법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 대공 수사권을 통째로 경찰에 넘기는 국정원법 개정안도 안보 수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여당은 ‘개혁 입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정권 연장을 위한 ‘개악 입법’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학계에서는 “선출된 정부에 의해 합법적 모양새로 민주주의가 침식되는 현상이 가장 큰 문제”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와 정의를 그토록 외쳐온 집권 세력은 입법 독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법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되돌아봐야 한다. 이중 잣대로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 하고 나라의 근간을 흔들면 떠나는 민심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