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투자의 창] 한국형 헤지펀드, 미워도 다시 한번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부문 대표




#1. 1998년 외환위기를 그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주인공이 명동시장을 돌며 달러를 매입하고 주가지수 하락을 대비해 증권사 지점에서 별도의 장외계약을 체결하는 장면이 나온다. #2. 200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9,000억 달러로 세계 13위였다. 반도체·조선 등 여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지만 선진국에 비해 유독 취약한 부분도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 등 금융선진국만이 향유 하던 사모펀드 분야였다.

지난 20여 년 간 한국 금융시장은 상전벽해 같은 변화와 발전을 겪었다. 소수의 전유물이던 금융이 대중에게로 다양한 상품과 채널을 통해 보편화됐는데, 대표적인 것이 헤지펀드이다. 헤지펀드 도입을 통해 롱숏전략, 벤처기업·비상장주식·메자닌 투자라는 단어가 이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쉽게 통용될 정도다. 저금리 시대에 이들이 그간 국민 자산증식에 수행한 역할이 적지 않았다.


사모펀드는 외화유출 방지, 글로벌 사모펀드 견제 및 금융산업 경쟁력 확보 등 여러 이유에서 육성이 필요한 분야로 지목됐고 국내 자본시장에서 ‘토종 사모펀드 및 헤지펀드’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다각도의 정책들을 시행했고 결과적으로 사모펀드 규모는 작년 말 기준 416조 원, 기업 간 합병 등을 수행하는 PEF는 84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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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운용사의 진입이 늘어나면서 경쟁은 치열해졌고, 운용 전략도 다양화됐다. 투자 영역 또한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됐으며 주식·채권 같은 전통자산 외에 부동산, 실물자산 등 다양한 상품 스펙트럼이 확충됐다. 좋은 성적을 거두며 고객과 함께 꾸준히 성장 중인 회사들도 많이 생겨났다.

산업의 연쇄효과 측면에서도 사모펀드는 ‘벤처 캐피탈과 전통 금융의 중간자’로서 스타트업·벤처기업 등에 기업공개(IPO)로 이어지는 성장경로를 새롭게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코스닥 상장사의 전환사채(CB) 발행액은 지난 2010년 2조 원에서 올해 10조 원으로 5배 성장했다. 만약 사모펀드가 없었다면 이들 기업 중 상당 수는 아직도 ‘데스 밸리’에서 고전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최근의 사모펀드 사태는 변명할 수 없는 뼈아픈 과오로 업계는 이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 사고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바로 잡아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다만 잘못은 확실히 바로잡되 그간의 사모펀드 육성책 및 산업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안된다. 20여 년에 걸쳐 육성한 생태계와 인프라가 몇 몇의 도덕적 해이로 평가절하되는 것은 매우 안타깝고 국가적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다. 국내 펀드산업은 HHI지수(산업의 경쟁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1,000 이하일 경우 완전경쟁시장)가 270 수준으로서 세계 2위 수준의 경쟁 강도를 갖는 역동적이고 1만 여명의 전문인력이 활동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장기간 구축한 산업의 지형을 통해 ‘경쟁의 효율’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되 투자자보호와 신뢰가 양립하는 시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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