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공공 임대주택 유형을 간소화하겠다던 정부가 오히려 새로운 유형을 쏟아내 수요자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기존 공공임대 통합을 추진하는 와중에 11·19 전세대책을 통해 ‘공공전세’와 ‘공공임대 공실 활용 전세형’ 등 새로운 유형이 새로 마련됐다. 시장에서는 공공임대도 청약제도와 같이 난수표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약 이어 공공임대도 난수표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1·19 전세대책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공공임대 유형을 새롭게 발표했다. 대표적인 유형은 공공 전세다. 기존 월세 형태로 공급하던 공공임대를 개선한 전세 형태 공공임대다. 각종 자격요건을 충족해야 했던 기존 유형과 달리 무주택자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임대 공실 활용 전세형’도 새로운 유형이다. 기존 행복주택, 영구·국민임대 공급 방식대로 공급을 진행한 뒤 남는 공실을 전세형으로 전환해 공급하는 것. 자산 기준을 배제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우선 입주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11·19 대책 공급분인 11만 4,000가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3만 9,000여 가구를 이 방식으로 충당한다.
통합 공공임대 유형에서 소득구간을 추가(130~150%)해 전용 60~85㎡까지 확대한 중형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안도 처음 등장한 시도다. LH가 관광호텔을 개조해 공급한 청년 공유주택 ‘안암생활’처럼 아예 기존 공공임대와는 다른 기준으로 입주자를 모집하는 유형도 있다. 이렇다 보니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복잡해도 너무 복잡하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신혼집을 구한다는 한 네티즌은 “생각보다 도전할 수 있는 주택 자체도 많지 않고, 공공임대 신청 자체가 ‘정보전’처럼 돼 있어 너무 복잡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요자들은 혼란..,임대도 공부해야>
공공 임대주택의 유형이 다양해질수록 수요자들의 접근이 어려워진다는 점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국토부는 지난 4월 기존 공공임대 유형을 합친 ‘통합 공공임대주택’ 유형을 도입한다고 밝힌 상태다. 당시 정부는 기존 공공임대 유형이 다양하고 입주자격이 다 달라 수요자들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법령을 개정해 ‘단순화’한다고 밝혔다. 2022년 신규 건설형 승인분부터는 모든 공공임대가 통합형으로 공급된다.
바뀐 제도가 정착되기 전에 새로운 공공임대 유형이 훨씬 더 복잡하게 바뀌면서 ‘단순화’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 진 것이다. 특히 유형 통합 발표가 나온 후에도 유형별 소득기준을 10~20%포인트 상향하고, 공실의 경우 소득·자산요건을 배제토록 하는 등 기존 입주자격에 대한 변경도 수차례 이뤄지면서 수요자들은 바뀌는 정책을 따라잡기만도 버거운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새로 나온 유형은 단기간 내 공급을 위한 측면에서 나온 ‘극약 처방’ 같은 성격”이라며 “입주 방식과 같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이고, 수요자 입장에서도 복잡하게 느낄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땜질식 처방’ 탓에 애꿎은 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