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079160)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참패했다. 희망금리밴드를 민평금리 대비 최대 1%포인트 높게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게 떨어진 신용도가 발목을 잡았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CGV가 이날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했다. 희망금리밴드 최상단인 3.8%에서 10억원 투자주문을 받은 것이 전부다.
수요예측을 앞두고 회사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CJ CGV와 주관사단은 이를 반영해 금리밴드를 더 높이 올려잡았으나 회사의 펀더멘털 훼손과 추후 채권 가격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등급 조정과 더불어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투자적격단계 중 최하단인 ‘BBB’로 떨어뜨릴 여지도 남겼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심화되면서 회사의 실적이 크게 쪼그라든 탓이다. CJ CGV의 3·4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4,40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9.5% 감소했다. 누적 영업적자는 2,990억원에 이른다. 나신평은 “코로나19 상황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으며 일부 상영관의 영업 재개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관람객 수요 회복이 전년대비 30~40% 수준에 머무르는 등 사업안정성이 크게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진행한 2,2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노력도 미미하다고 봤다. CJ CGV는 지난 7월 약 2,200억원 규모의 보통주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그러나 대규모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재무안정성 저하 추세를 막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모펀드(PEF)인 케이스톤파트너스로부터 2,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논의중이지만 재무적 효과는 아직 알 수 없다는 평가다. 나신평은 “향후에도 분기별 1,000억원을 넘어서는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실적 개선이 없을 경우 재무적 대응만으로는 건전성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조달하는 자금은 내년 5월 만기가 도래하는 약 3,500억원 규모 TRS(총주식스왑) 정산에 전액 투입할 예정이다. CJ CGV는 2016년 터키법인 인수 당시 메리츠종금증권을 FI(재무적투자자)로 끌어들이면서 약 2,900억원 규모 TRS 계약을 체결했다. 터키CGV의 실질 기업가치가 메리츠투자증권이 투자한 원금에 이자를 가산한 규모보다 적으면 이를 현금으로 정산해주는 방식이다.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하면서 이번 발행 물량은 주관사단과 인수단이 떠안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전체 발행액의 70%인 1,400억원을 인수하며 나머지 590억원은 KB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이 나눠 가져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