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퐁당퐁당 이어 퐁당당…“올해는 공연 그만 볼래요”

■거리두기 강화에 공연계 급랭

반복되는 '띄어앉기 재예매'

"남들 욕해도 봐왔지만 이젠 끝"

피로·실망감에 관람 심리 위축

12월 첫주 예매 6.6만건...작년의 4분의1

“남들이 이 시국에 공연 보느냐고 욕해도 참았는데, 이젠 더는 못 보겠네요.”

뮤지컬 마니아 A 씨는 얼마 전 마지막 쥐고 있던 예매를 취소하면서 내년 초까지 공연 관람을 쉬기로 했다. 서울시의 코로나 19 비상조치 시행으로 예매 공연 상당수가 중단된 데 이어 8일부터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에 따른 ‘객석 간 두 칸 띄우기’가 적용돼 또 다시 기존 예매 일괄 취소와 재예매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게 됐기 때문이다. 일과 후 짬을 내 공연 보는 게 낙이었지만, 지난 몇 달간 거리 두기 단계 변화에 따라 수차례 반복돼 온 티켓 변경에 이제는 지쳐버렸다. A씨는 “‘퐁당’(객석 한 칸 띄어 앉기)에서 ‘퐁당당’(두 칸 띄어 앉기)으로 가면 재예매 성공할 확률은 그만큼 떨어진다”며 “줬다 빼앗는 기분이라 허탈감도 크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코로나19 관련 긴급조치로 오는 18일까지 공연장 운영이 중단된 세종문화회관. 이번 조치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중이던 뮤지컬 ‘작은 아씨들’이 2주간 무대를 쉬고, 이 기간 예매분은 일괄 취소된다./사진=연합뉴스서울시의 코로나19 관련 긴급조치로 오는 18일까지 공연장 운영이 중단된 세종문화회관. 이번 조치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중이던 뮤지컬 ‘작은 아씨들’이 2주간 무대를 쉬고, 이 기간 예매분은 일괄 취소된다./사진=연합뉴스



7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 두기 강화 속에 공연예술계의 관극(공연 관람) 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수개월 간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예매-단계 격상으로 인한 일괄 취소-재예매’가 반복되면서 공연도 보기 전에 지친 관객이 늘어난 탓이다.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이 발표된 지난 6일 공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예매한 공연의 취소 및 재예매 여부를 묻는 글과 ‘올해 관극은 이제 끝’이라는 한탄 섞인 게시물이 잇따랐다. 대다수 공연은 서울시의 비상조치 시행 기간인 2주간 무대를 쉬기로 공지했지만, 일부 대형 작품은 개막이 임박했는데도 재예매에 대한 공지가 없어 관객들이 답답해하는 상황이다. 예매처 게시판에는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의 약자로 그만큼 예매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으로 겨우 잡은 표인데, 다시 판매할 거면 빨리 공지해야 다른 표를 구하든지 할 거 아니냐”는 불만 글도 적지 않다. 재예매가 진행되면 가용 좌석이 줄어들어 공연을 볼 수 없는 관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문화 소비 활성화를 위해 배포했던 할인 쿠폰은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지난 10월 22일 발급한 지 2주 만에 40만 장 넘게 신청·발급됐지만, 2단계 격상으로 11월 24일 발급이 잠정 중단된 데다 이미 발급된 할인권이라도 예매를 하지 않았으면 사용을 못 하게 돼 10~11월 실제 사용 수량은 4만여 장에 그쳤다. 쿠폰으로 관람권을 산 관객들도 공연 중단·띄어 앉기로 인한 예매 일괄취소로 인해 할인 혜택을 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연 팬들 사이에서는 ‘부모님 아이디까지 만들어 발급받은 쿠폰이 써도 써도 다시 돌아온다’는 농담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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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입장에서는 충성 고객의 소비 심리 위축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11월 공연 총 예매 건수는 52만 6,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4만 7,000건) 대비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고, 12월 첫 주(1~6일) 예매는 6만 6,000건으로 지난해의 28만 건 대비 4분의 1토막에도 못 미친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재예매 시 기존 예매자에게 우선권을 주지만 판매 가능 객석이 줄어들다 보니 (예매에) 실패하는 분들의 피로감과 실망이 크다”며 “코로나 상황에도 공연장을 찾아줬던 분들이 관극 포기로 흘러가는 상황이 우려된다 ”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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