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미래산업 개척, 인문학 없인 불가능하죠"

이강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

창업·아이템 발굴 큰 도움되는데

국내 인문사회 분야 연구비 비중

전체 R&D 예산의 1.2% 불과해

꾸준한 투자·과학기술과 융합 땐

1인당 GDP 5만弗 시대 열릴 것

서울대 중문학과 교수인 이강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이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강조하고 있다.서울대 중문학과 교수인 이강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이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추격형 국가에서 선도형 국가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인문학을 중시해야 해요. 인문학은 과학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현재 3만 달러에서 5만 달러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확신합니다.”

서울대 중문학과 교수인 이강재(56·사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은 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데다가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쳐 인문학의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가(儒家) 경전 등을 연구해온 그는 지난해 말부터 2년간 한국연구재단에 파견 근무 중으로 현재 한국경학학회장과 국가교육회의 고등교육 분야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실제 국내 인문사회 분야의 순수 학술 연구비는 올해 정부가 대학, 정부 출연 연구기관, 기업에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예산의 1.2%(2,8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게 이 본부장의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정부뿐 아니라 대학이나 기업의 인문학 투자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는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에 인문학 연구에 쓰라며 1억 5,000만 유로(약 2,000억 원)를 기부하기도 했다”며 “중국은 일찌감치 사회과학원을 통해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대한 투자를 많이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발전에 맞춰 인문학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지며 세계적으로 인문학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인문사회 연구자들은 이공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비가 충분하지 않다. 신청 대비 연구비 선정률이 이공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이는 인문사회 분야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감안할 때 인문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창업을 할 때도 의대와 이공계의 융합뿐 아니라 인문학이 바탕에 깔려야 임팩트(영향력)가 크지 않느냐”며 “해외 사례를 볼 때 AI 시대 빅데이터 활용은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 많다.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거나, 창업해 경영하거나, 미래 산업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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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년부터 연구자 자율형 융합연구 사업을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인문학 연구에 대한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융합연구는 연구 주제마다 특성이 달라 하나의 틀 속에서 평가할 수 없는데도 지금까지는 연구재단 등이 공고한 과제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에게 성과를 요구해왔다. 이 본부장은 “내년부터 일반 공동 연구 중 융합연구 분야는 연구자들이 스스로 연구계획서를 구성하고 성과를 자율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며 “평가자들은 이 연구계획서에 들어 있는 자율적 요소가 타당한지를 평가하도록 설계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융합연구에서 좀 더 창의적인 연구 성과가 도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이를 통해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상호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에 맞춰 인문학이 이공계의 연구를 뒷받침하며 상승효과를 내는 흐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인문학 연구자들은 인문사회 연구 지원도 단기 성과를 주문한다든지, 연구 노트를 쓰라고 한다든지, 과학기술계 방식처럼 이뤄지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불만이 많다”며 “인문학 연구는 중장기적인 긴 호흡 속에서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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