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해 경기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최근 상용직 일자리 증가 폭이 크게 둔화한 데 대해 “중장기적 일자리 창출 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KDI는 7일 ‘경제동향 12월호’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상품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 수준에 머물며 제조업이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일평균 수출액은 6.3%로 증가세를 이어갔고 종합주가지수(2,267→2,591), 원·달러 환율(1,135.1원→1,106.5원) 등 제조업 관련 경기 지표는 개선됐다.
그러나 KDI는 서비스업 부진이 지속 중인 데다가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돼 경기 하방압력이 빠르게 증대되고 있다고 봤다. 10월 서비스업생산은 전월(0.1%)보다 하락한 -2.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신용카드 매출액(신한카드 추정)은 11월 1~16일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방안이 발표된 11월 17일 이후에는 감소 폭이 8.8%로 급속히 확대됐다.
특히 KDI는 최근 노동시장에서 상용직 고용 부진이 이어지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지난 10월 상용직은 1만4,000명 증가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KDI는 “상용직은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로서 통상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경우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며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주로 청년층(15~29세)과 소규모(1~9인) 사업체에서 상용직 고용이 둔화됐으나 최근에는 30~40대와 중규모(10~99인) 사업체에서도 부진한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KDI는 이어 “11월 중순 이후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로 상용직 고용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보이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중규모 이상의 사업체에서도 상용직의 고용 부진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상용직 일자리 감소는 경제 전반의 중장기적 일자리 창출 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DI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도 재차 확대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의 경우 10월 소매판매가 5%대 후반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고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으나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게 KDI의 평가다. KDI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OECD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5.0%에서 4.2%로 크게 하향 조정해 경기 회복이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지적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